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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

짧지만 긴 여운, 하이쿠

작성자
전윤아
작성일
2016-06-05





古池や 蛙飛込む 水の音

​고색창연한 연못이여,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마츠오 바쇼(松尾芭蕉)



위 글귀는 얼핏 보면 한 문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본 시가 문학 중 하나인 하이쿠입니다. 하이쿠는 5·7·5 음절(총 17자)로 이루어진 일본 고유의 정형시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사이자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긴 여운을 주는 문학입니다. 일본인의 섬세한 감성을 엿볼 수 있는 하이쿠를 연휴를 맞아 소개합니다.




​1. 역사


하이쿠의 기원은 일본 고대의 와카(和歌)와 중세의 렌가(連歌)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와카와 렌가 모두 일본 고유의 정형시로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왔는데, 근대 재력을 지니게 된 상공업자들이 중세 렌가에 유희적 성격을 접목한 하이카이렌가(줄여서 카이렌가)를 탄생시켰고, 이 카이렌가의 첫 구절이 하이쿠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조로 쉽게 설명하자면, 양반만의 문화였던 시조를 백성들도 읊어 사설 시조가 탄생하였고, 이 사설 시조의 첫 구절이 또 다른 시의 형식을 갖추게 된 것과 같습니다.




2. 하이쿠의 규칙

하이쿠는 5·7·5음절, 총 17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짧은 분량으로 인해 함축성이 매우 높아 난해한 문학이기도 하지만, 짧은 구절이 남기는 긴 여운에 시문학의 묘미를 잘 살렸다는 점에서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사입니다시입니다. 이에 일본의 소학교(초등학교)에선 국어 시간에 하이쿠를 지으며 하이쿠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하이쿠를 지을 땐 음절 이외에도 지켜야 하는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계어(季語)와 키레지((切字)를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어는 계절감을 나타내는 언어로, 우리나라와 같이 일본도 사계절을 띄기 때문에 문학 작품에 계절을 나타내는 시어를 꼭 첨부합니다. 이는 고대 와카에서 영향을 받아 띈 특징이기도 하지요.

키레지는 짧은 하이쿠를 한 번에 읽어내려갈 수 없게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여, ~구나 등의 어미를 문장의 끝에 붙이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하이쿠를 천천히 음미하고, 읽는 사람에게 긴 여운을 남깁니다.




3. 하이쿠를 감상해보자!

최근엔 글자 수를 초과하거나 계어를 생략하는 자유형식 하이쿠가 생겨나며 현대 일본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이쿠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일본어와 구조적으로 비슷한 한국어의 특성 때문에 그 여운이 그대로 전해져 우리나라에서의 인기도 높은 편입니다. 서점에 가면 하이쿠 시집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연휴를 맞아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두고 하이쿠가 주는 달콤한 문학적 여운에 빠져 봅시다.






우리 두 사람의 생애

그 사이에 벚꽃의 생애가 있다

- 바쇼




죽은 자를 위한 염불이 잠시 멈추는 사이

귀뚜라미가 우네

-소세키



그물에도 걸리지 않고

밧줄에도 걸리지 않는

물 속의 달

-부손



​사람도 하나

파리도 하나

넓은 사랑방

-잇사



​한밤중

소리에 놀라 잠을 깨니

달꽃이 떨어졌다.

-시키 ​



때로는 길고 화려한 말보다는, 간결하고 검소한 한 문장이 우리 가슴에 더 깊이 와 닿는 법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짧지만, 천천히, 그리고 긴 여운을 남기는 하이쿠와 함께 잃어버린 감수성을 채워 보는 것이 어떨까요?


16기 전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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