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지브리 스튜디오를 거론하곤 한다. 그가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고, 그 경험이 여전히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월 4일부로 필자는 그 감동을, 그 경험을, 눈에 축복을 받은 듯한 그 경험을 다시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당히 주장한다. 흥행수입 약 200억 엔을 모으며 일본 영화계 역대 흥행 수입 4위 오른 영화 <너의 이름은.> 을 통해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홍콩,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여러 각지의 나라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 영화는 혜성처럼 한국에 떨어졌다. 영화 <너의 이름은.>은 한국에서도 또한 기염을 토해내고 있는 것. 개봉 11일째인 오늘, 누적 관객 수가 약 175만 명에 달했고, 영화의 원작 소설이 알라딘, yes 24에서 최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또 영화의 OST가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에서 음반 종합 부문 주간 베스트 1위로 부상하였다. 여러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 영화의 흥행비결은무엇일까.
첫째로는 협동을 들 수 있다. <별을 쫓는 아이>, <초속 5센티미터> 등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전 영화는 감독이 독자적으로 제작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상업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후 혼자가 아닌 숨은 실력자들과 함께 제작하였다. 지브리 스튜디오 출신으로 명작 <원령공주>,<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작화 감독을 맡았던 안도 마사시와 캐릭터 디자이너 타나카 마사요시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안도 마사시는 신카이 감독의 작품에서 취약했던 동화(동작과 동작을 이어주는 것)을 개선해 영화의 작품성을 드높였고, 타나카 마사요시는 소위 오타쿠라 불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명작이라 꼽히는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경력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한껏 증폭시켰다. 이 둘의 활약은 역대급 흥행 성적이 증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제작진이 좋아도 감독의 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영화는 성공할 수 없는 법. 신카이 감독의 능력 또한 이 영화의 흥행 요소로 꼽을 수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 더불어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평을 받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화를 본 이라면 이러한 평에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카이 감독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는 달리 인물, 장면에 명암을 극대화해 이들을 더더욱 입체적이고 서정적으로 만들어준다. 가히 빛의 마술사, 렘브란트에 비교될 만하다. 또 배경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너무나도 아름다운 배경과 작화를 관객들에게 선사를 해주는데, 영화에 드러나는 섬세한 수채화풍의 배경 묘사는 관객들로 하여금 아름답다 못해 황홀감마저 느끼게 한다. 신카이 감독은 이러한 배경 묘사로 데뷔 초부터 마니아층을 형성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전 영화들을 보며 섬세하고 단편적인 장면 묘사가 주는 공감각적 경험을 느껴보자.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 영화의 모티브를 2011년 일본 대지진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사망자 약 2만 명에 달하는 이 끔찍한 사고로부터 영화에서의 운석 충돌사고가 탄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처음엔 많은 사상자를 낸 사고로 기억되었지만, 후반부에는 전원 대피에 성공하여 지진으로 상처 입은 일본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이 희망적 메시지는 우리나라에서도 통할 것이라 생각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약 300명의 무고한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수장되어 가는 모습을 고통스럽게 지켜보아야 했던 국민들의 마음을, 칼로 베인 듯한 아픔을 조금 무디게 해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눈 뜨고 코 베인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너무나도 억울한 그 경험을 한 번은 겪었을지라도 두 번 다시 겪지 않겠다는 의지가 헛되지 않게 영화에서도 후반부에 희망찬 결과를 전달하고 있다.
엄청난 흥행 실적을 거두고 있는 신카이 감독의 영화. 그러나 혼모노와 안티팬들이라는 문제를 안게 되었다. 혼모노는 일부 <너의 이름은.>팬들이 다른 관객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취해 영화를 감상하면서 극장 예의를 모두 무시하는 악행을 펼쳐 생기게 된 속어이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관람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행동으로 자신이 원치 않은 결과를 갖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하길 부탁한다. 또 '흥행할 만한 요소를 다 뭉쳐놓았네.' '작가성을 팔아버리고 돈을 택했다' 등 악랄하고도 삐딱한 시선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들, 안티팬들이 막말을 퍼부어대고 있다. 팬이 많아진 만큼 안티팬이 늘어나 생긴 현상인데 그에 대한 대응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팔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이런 결과가 된 것이다."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크게 흥행했다고 이 영화가 빈틈없이 훌륭하고 작품성이 매우 뛰어난 영화인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사실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작화가 이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이 영화는 주제의식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고, 후반부에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드러난다. 그러나 신카이 감독은 아직 발전의 가능성이 있기에, 매번 자신의 기록을 깨며 등장하는 신카이 감독의 모습에서 우리는 살며시 기대라는 감정을 품어도 될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제2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되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leonjuhee/220903806646
http://blog.naver.com/01031007773/220565112088
http://blog.naver.com/9674kkh/220902824497
http://blog.naver.com/do2msday/220063714866
17기 주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