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느껴지는가? 위의 사진은 화려함과 고고함으로 무장한 프랑스의 세브르 도자기이다. 독일의 마이센 도자기와 더불어 유럽 최고의 도자기로 꼽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도자기에는 우리 조상님들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유럽의 도자기들은 대부분 동양에서 유래되었다. 그 예로, 세브르 도자기의 시작을 따라가 보면 그 시작에는 일본의 아리타 도자기가 있다. 1740년 경, 그 당시 유럽 사회에서 유행하던 일본의 아리타 도자기를 모방하여 만들고자 유럽의 도공들이 노력한 결과로 제작된 것이 바로 세브르 도자기이다. 일본의 도자기들은 대부분 백제 도자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과 임진왜란 시기에 이삼평 등 조선 도공들이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 자기 문화에 큰 폭풍을 일으켰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의 도자기에는 우리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고상한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도자기가 일본을 거쳐 유럽에게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우리의 도자기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도자기가 되었고, 한국의 도자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수많은 고고한 작품들 중에서도 필자는 달 항아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아래의 사진을 보며 달 항아리가 주는 은은한 아름다움에 잠겨 보아라. 사진만으로도 이렇게 압도되어 가는데 실제로 보면 어떠할까. 달 항아리는 저 풍만한 형태에 우리 한반도의 역사를 모두 담고 있는 듯하다. 깨끗함과 순결함. 이 단어들만이 저 달 항아리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어들은 백의민족으로 대표되던 우리 조상들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자 했던, 순수함의 결정체에 닿고자 했던 그들의 피나는 노력이 눈에 생생하게 비치는 것 같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샌가 눈에 눈물이 맺힐 듯하다. 이 아름다운 경험을 가슴속에 품고 다음 도자기를 보라.
위의 두 사진은 각각 일본과 중국의 도자기이다. 화려함이 돋보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빈틈도 없이 완벽하다. 틈새도 없다. 여운도 없다. 각자의 감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는 너무나도 촘촘히 자신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뽐내고자 하는 것 같아 그 속에 감히 필자의 감상을 넣을 수 없다. 압도와 위압감은 다르다. 일본과 중국의 도자기는 위압감만을 줄 뿐이다. 100% 완벽한 아름다움에 우리 인간들은 도달하고자 항상 노력해왔다. 그 모습이 완벽히 투영된, 이상적인 형태의 모습인 일본과 중국의 도자기...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감동을 찾을 수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이들의 도자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공은 언제나 도자기를 통해 그 자신을 드러낸다. 도공도 인간이다. 인간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의 도자기는 좌우대칭, 완벽함 그 자체이다. 이것이 진정 인간의 모습이었던가?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도자기, 아니 인간의 모습에 우리는 점점 위축되어 간다. 그에 반해 달 항아리는 반대이다. 좌우 불균형, 지나치게 큰 풍채. 완벽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화려함 또한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그 속에, 그 여백에 우리의 감상을 담을 수 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그 순결함의 결정체 속에 우리는 마음껏 헤엄칠 수 있다. 달 항아리가 비록 다소 이지러진 모양을 띠고 있더라도 그 모습이 우리의 진실된 모습과 닮아 있어서 우리에게 여운을 주고, 감동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달 항아리는 저렇게 엉성한 모습을 띄고 있지만 저 엉성함은 굉장히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큰 항아리를 만들 때 2개의 작은 도자기를 이어 붙여서 만들었다. 달 항아리 또한 이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물레성형을 할 때 일부러 저런 이지러진 모양으로 만들려면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은 완벽하다. 달 항아리는 불완전함 속에 완전함을 품고 있기에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건 아닐까?
달 항아리는 거짓으로 가득 찬 현재 세상에서 고고히 빛나는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달 항아리를 보며 자신에게서 용기와 영감과 당당함과 깨끗함과 위로라는 감정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억지로 꾸미고, 자기라고 발악을 하는,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다른 이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자신을 완벽히 드러내는 달 항아리의 소리 없는 속삭임을 들은 이상, 우리도 우리 자신을 한 겹씩 드러내야 한다. 저 안에 갇혀 있는 우리 자신을 찾아서. 불균형의 모습을 당당히 빛내는 달 항아리처럼.
17기 주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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