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댄스 댄스 댄스
이 책에서는 큰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짧은 등장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는 인물이 있다. 현실세계와 저 너머의 세계를 구분할 수 있게끔 하는 존재. 그리고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소재가 주인공 ‘나’의 정체성을 찾는 데에 도움을 주지만, 이는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 중에 하나이다. 양 사나이.
“음악이 울리는 동안은 어쨌든 계속 춤을 추는 거야. 춤을 추는 거야. 계속 춤을 추는 거야. 왜 춤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애당초 없는 거야. 그것도 남보다 멋지게 추는 거야. 다들 감탄할 만큼 능숙하게.”
현대인들은 자신의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바빠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는 시간은 갖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의 정체성은 상실되어버린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니, 자신이 존재해야 하는 의미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그런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혹은 나 자신일수도 있다. 자신을 정의하지 못해 헤매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가 된다. ‘나’가 현실 세계와 저 너머의 세계를 오락가락 하며 헤매고 있을 때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공감한다. 자신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위에 제시된 양 사나이의 말에 공감한다. 인기는, 공감을 끌 수 있는지의 유무에서 결정된다.
3. 1Q84
대중의 흥미를 이끌만한 요소는 모두 갖춘 소설이다. 로맨스. 그 중에서도 가장 특별하게 꼽히는 첫사랑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바탕이 된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성격 및 배경을 가진 인물들, 비현실세계를 이 소설에 등장시키며 이 소설은 독자들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만이 이 작품의 매력을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다. 1Q84 이전의 작품을 창작하며 하루키 작가의 작품 구성력, 구조 등은 점점 성숙해져 갔다. 작가 하루키만의 ‘무엇인가’를 내뿜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부터 그런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의 능력은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그만의 독특한 문체. 작가가 그리라는 대로 그려지는 느낌이 드는 자세한 묘사. 책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드는 하루키의 능력이 사람들을 이끈 것이다.
하루키 신드롬이 일어난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루키 작품을 전부 읽어도, 그의 특징을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가 하루키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고, 그를 글로써 설득하고 매혹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이 글을 읽고 하루키 작품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청소년이 <상실의 시대>에서 ‘상실’이라는 단어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까? 하루키 작품은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다. 상처를 배경으로 작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들이 하루키 작품에 공감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다. 자신의 상처를 만져주어 자신을 위로해주기에 사람들은 공감한다. 필자의 작은 바람이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상처 하나 없이 이 글을 접해 상실과 같은 단어에 공감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18기 주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