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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

전설적인 기녀, 초요갱

작성자
주가은
작성일
2018-08-23

‘기생’이라는 단어 앞에서 사람들은 흔히 영화화나 드라마화가 많이 된 황진이를 떠올린다. 그러나 황진이라는 이름 앞에서 코웃음칠만한 기록을 지닌 기녀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바로 ‘초요갱’이다. 초요갱은 허리가 개미처럼 가는 초나라의 미인이라는 뜻으로, 그녀는 당시에 워낙 유명세를 떨쳐 조선왕조실록에 무려 16번이나 이름을 올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황진이는 유명하긴 하나 실록에 이름이 올라온 적은 없다.) 어떻게 그녀는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일까. 황진이는 지방 유명 인사, 왕족, 당대 학자들과 모두 연이 닿아 있었다. 다수의 양반집 남자들의 마음을 홀렸던 황진이보다 대단할 수 있을까. 초요갱은 상대하는 남자의 직책이 남달랐다. 일반 왕족도 아닌 대군들, 즉 왕자들이었던 것이다.

세종의 정처인 소헌왕후의 일곱째 아들, 평원대군 ‘이임’은 그녀에게 빠진 첫 왕자였다. 이임은 작문에 능하고 명필인데다가 성격도 좋아 세종 및 조정대신들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그런 그가 초요갱에게 직접 글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는 그녀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나라에서 새로 제정한 악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면서 그녀의 기생으로서 값어치는 높아진다. 게다가 그녀는 악무 덕분에 궐 안에까지 춤을 추러 드나들 수 있게 된다. 그 와중에 그녀를 탐하는 왕자가 또 있었으니, 그녀를 탐한 2번째 왕자는 화의군 ‘이영’이었다.

이영은 세종과 신빈 김씨의 아들로, 이임과는 이복형제 관계이다. 그런 그가 초요갱을 두고 이임과 다투게 된다. 그는 초요갱에게 끈질기게 구애를 펼쳐 초요갱과 연인 관계가 되는데 결국 형제가 한 여자를 품에 안은 꼴이 된 것이다. 당사자들은 이 사실을 숨겼으나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으랴. 진실은 어떻게든 밝혀지게 되어 있는 법. 계유정난으로 권력을 잡은 수양대군(후 세조) 금영대군의 집에서 벌어지는 경연을 두고 역모의 자리라 의심한다. 단종은 그 근거가 없다며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양대군은 그 경연자리에 있던 이영과 초요갱이 간통한 것 아니냐며 몰아붙이게 된다. 결국 이영은 이임의 기첩과 간통했다는 죄목으로 유배를 떠나며, 초요갱은 출중한 악무 실력 덕에 유배는 면하지만 장 80대라는 중형을 받게 된다. 이렇게 이임과 초요갱, 둘만의 연애가 시작되나 싶지만 이임은 19살의 나이로 요절하게 된다.

이후 그녀에게 또 다른 왕자가 접근하게 된다. 화의군과 동복형제 관계로, 그의 이름은 계양군 ‘이증’이다. 화의군이 초요갱과 간통했다는 죄목으로 쫓겨난 사건을 지켜봤음에도 초요갱에게 접근한 것을 보면 초요갱이 대단한 매력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초요갱과 계양군의 ‘happily ever after'의 삶은 이어지지 못한다. 어떤 까닭인지 계양군은 이임과 마찬가지로 요절하고 만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녀는 세종 말년에 좌의정을 지낸 신개의 막내아들 신자형의 눈에 들게 되는데, 신자형 본인은 세조의 즉위를 도운 인물로 탄탄한 집안의 자손이자 권력가였다. 신자형의 초요갱을 향한 사랑은 매우 깊어져 자신의 본처를 내치고 초요갱을 자신의 안방에 들어앉게 하고야 마는데, 여기서부터 불행이 시작된다.

석 달 후에 올라온 사헌부의 보고에 따르면 신자형의 7촌 조카인 안계담이 신자형의 아내, 즉 초요갱을 덮치기 위해 무작정 신자형의 안방으로 쳐들어가게 되고 놀란 초요갱은 달아나던 중 땅에 나뒹군다. 달아난 초요갱을 찾지 못한 안계담은 신자형의 노비들을 구타한다.

또 안방을 갑작스레 차지하게 된 초요갱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나누던 여종들이 신자형에게 발각되어 맞아죽게 된다. 이 사건이 세조의 귀에 들어가게 되고 신자형은 세조에게 추궁당하나 유배와 같은 형벌이 아닌 공신이라는 이유로 직첩만 빼앗기게 된다.

초요갱은 이후 평안 기생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평안도 감사와 간통했다는 죄목으로 지목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수많은 남자, 특히 직책 높은 남자들이 거쳐 간 초요갱은 자신과 만난 남자들의 끝을 모두 안 좋게 만들었다고 소문나서 남자에게 횡액을 가져다주는 요부라고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궁중 악사 박연의 수제자 였으며 궁중악의 전수자였다. 뛰어난 예술 실력 덕에 천민 신분에서 벗어났으며 당시 기준에 따라 기녀라고 분류되었으나 사실 그녀는 예인에 가까웠다. 그저 남자를 홀린 여인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녀가 지닌 예술적 재능, 능력, 그리고 그녀가 이루려고 했던 것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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