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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음반, 패션

외국인 노동자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민국, 박범신의 '나마스테'

작성자
나명채
작성일
2016-02-24
“세, 세상이... 화안...해요.”
‘카밀’이 한국에서 ‘신우’를 처음 만났을 때, 한 줄기의 빛과 같았던 그녀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자살을 택한 중국 교포의 영정을 마주한 성탄절 날, 카밀은 담담하고 나지막한 어조로 말했다. “세상이.. 캄캄해요.” 카밀의 태도가 변했다. 아니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변한 것은 당연했다.

주인공 카밀은 사랑하는 여인 사비나를 쫓아 무작정 한국에 입국한 네팔 청년이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방탕한 생활을 즐기던 자신을 깨우쳐준 사비나는 카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였다. 하지만 자취를 알 수 없는 그녀를 쫓아 한국에 입국한 그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처지였다. 카밀은 한국에서 체류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법적인 노동구조 속에서 온갖 착취를 경험한다. 최소한의 인간대우도 받을 수 없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마주한 것은 기대했던 것과 다른 노동 현실의 벽과 그로인한 괴리감뿐이었다. 불법 체류 노동자에 관한 법이 강화되고, 불안감과 상실감 속에 하나 둘 씩 죽음을 택하는 동료들이 늘어가면서 카밀의 상실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신우와 사비나, 그리고 두 아이까지 책임져야 할 카밀은 마침내 분신자살을 선택함으로써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세상에 알린다.

박범신의 ‘나마스테’는 외국인 노동자가 처한 암담한 현실을 그려낸 소설작품이다. 주인공 카밀의 사랑이야기 속에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실제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으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하는 외국인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고향을 떠나온 노동자들의 편에 서주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증가하는 불법 체류 외국인의 수만큼 그들에 대한 엄격한 단속과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반면에 노동현실을 고려해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수의 사람이 있지만,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사회적인 통념이나 편견이라고 하는 것의 위력은 대단하다. 다수의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생각한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동화되고 그것이 맞다며 맹목적으로 따라가기 일쑤다. 그것이 설령 그릇되고 잘못된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한 사람들의 인식 역시 대표적인 한 예이다. 차별 없는 사회,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지금도 전철 같이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흑인이나 동남아계 노동자들이 있으면 불쾌하다는 듯이 자리를 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것도 아니지만 편견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제멋대로 외국인노동자를 판단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편견에 사로잡혀 대상을 치우치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경향이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영업주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하고 적용하는 것.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뒷받침이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같은 사회적인 약자들의 절규의 목소리의 귀 기울일 때, 작은 관심과 배려가 모여 마침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절규와 규탄의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갇혀있는 그들만의 세상이 아닌, 소통하고 공생할 수 있는 밝고 희망찬 사회를 꿈꿔본다.

16기 나명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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