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날 길들였어요.
어린왕자가 여우를 길들인 것처럼.
토리 헤이든, 한 아이 中 "
다른 사람의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의 상처가 깊을수록, 자기표현이 서투를수록 더 어려워진다. 쉴라의 나이는 겨우 여섯 살이지만, 그 아이가 살아온 6년이란 시간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어릴 적 친엄마에 의해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버려지고, 알코올과 마약 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지속적인 학대에 시달렸다. 다가가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고, 표독스럽게 남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윽고 폭력으로 이어졌다. 폭력성으로 자신을 감싼 쉴라에겐 엉망진창인 인생만이 남았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토리 선생님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은 특수교사 토리가 여섯 살 쉬라의쉴라의 마음의 문을 열어 가는 과정을 담았다. 특수교사 토리 헤이든은 한 초등학교 특수학급의 담임선생님을 맡게 된다. 갖가지 장애를 앓는 아이들이 토리의 학급으로 몰려 왔다. 정원 X명이 채워지고 아이들의 교육 커리큘럼을 세우던 중, 토리는 쉴라를 맡아 달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무려 여섯 살의 나이에 살인미수 전과가 있는 아이였다. 잠시 망설였지만, 토리는 쉴라를 받아들였고, 그렇게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꿔 놓은 역사적인 첫 만남이 성사되었다.
차분히 다가가는 토리와, 그 손길을 무서워하면서도 뿌리치지 않는 쉴라. ‘아동교육 심리학의 영원한 고전’이라는 부제목답게 두 사람은 언제나 아슬아슬하고 위태롭다. 조금이라도 사랑을 주지 않으면 영영 끊어져 버릴 관계이기에. 이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긴장 속에서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두 사람의 애틋한 성장기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토리가 따뜻한 마음씨를 배워가는 쉴라를 보며 사랑스러움을 느꼈듯, 독자들도 쉴라의 애틋한 성장 과정을 보며 마음속에 은은히 퍼지는 온기를 느끼게 된다. 책의 끝자락에 닿을 즈음엔 토리와 쉴라 뿐만 아니라 독자 본인도 그들과 함께 내적으로 성숙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인간의 영혼에 바치는 노래입니다.
우리 모두처럼, 그 소녀도 살아남았습니다."
한 아이 서문 中
이 책은 자신이 특수 교사가 아닐지라도 언제나 상처 입은 아이들을 감싸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르쳐 주고 있다. 올해 초부터 언론을 통해 빈번히 보도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에 사람들은 한마음이 되어 분노하고, 학대의 피해자인 아이들을 걱정했다. 여기에서 피해 아동들은 제2, 제3의 쉴라,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가 토리 헤이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대의 기억 속에서 고통받으며,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닫은 여러 쉴라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그 아이들의 토리 선생님으로서, ‘한 아이’의 토리 선생님이 그랬듯 우리도 우리 주변의 상처 입은 쉴라에게 동정 어린 시선 대신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줄 때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속에 퍼진 따뜻한 온기가 더욱 멀리 퍼져서, 우리 주변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많은 쉴라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16기 전윤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