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로 크게 변화하였습니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전까지 경제의 중심이었던 농업이 공업으로 변하였죠. 빠르게 진행되었던 산업화 속 좋은 점들, 예를 들어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장점들도 있지만 문제점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권 씨'로 그 문제점을 설명해 보려 합니다.
‘권 씨’는 우선적으로 늘 신고 다님에도 불구하고 광이 나는 구두 열 켤레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가난한 인물입니다. 어느 순간에 갑자기 전과자로 몰려 경찰의 사찰 대상자가 되고 막노동을 하지만 대학까지 나왔다는 지식인으로써의 자부심 하나 만으로 삭막한 현실을 살아가죠. 이런 고된 삶이라면 성격이 굉장히 나빠지거나 하기도 마련인데, 소설에서 보면 그는 온순하고 선량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을 읽다 보면 그가 가난하다는 이유가 온전히 그의 탓인 것 같아 그를 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도 초반 부분을 읽으면서 ‘권 씨’가 가난한 탓은 그의 탓이라고만 생각하였습니다. 왜 ‘권 씨’는 구두를 팔지 않는 거지? 구두라도 팔면 좀 나아질 텐데. 또는 왜 ‘권 씨’는 무리해서 집을 산 걸까, 집을 사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형편에서 살 수 있을 텐데.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오지랖은 책을 모두 다 읽고서야 사라졌습니다.
즉 ‘권 씨’의 가난은 ‘권 씨’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는 당대 현실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온순한 성격의 ‘권 씨’같은 사람들은 사회의 나락으로 내몰리기 딱 좋은 타깃이며, 그런 타깃을 보호해주기는커녕 더욱더 맞추기 쉽게 도와주는 사회. 어쩌면 환상의 조합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 소설은 당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당시의 사람들의 인식 또한 잘 보여줍니다.
소설에서 '나'로 서술되는 '오 선생'은 ‘권 씨’같이 억압받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이 있는 사람이지만 막상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태도는 보이지 않으면서 ‘권 씨’보다는 자기가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즉, 소시민적 허위의식에 있는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래 봬도 나 대학 나온 사람이오. "
마지막으로 ‘권 씨’가 ‘오 선생’의 집에서 ‘오 선생’에게 하는 말입니다. 사회는 ‘권 씨’를 전과자로 만들었으며 막노동을 시켰고 심지어는 강도질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저 말은 ‘권 씨’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구두까지 빼앗겨버려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한 말이라 볼 수 있는데요. 안 그래도 막막한 세상, 마지막 자존심까지 빼앗겨버린다면, 과연 그 세상이 과연 아름답게 보일까요? 가난이라는 것은 현실을 살아갈 때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난은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힘들게 하니 말입니다. 현대사회에서도 가난하면 살아가는데 많은 서러움을 느낄 텐데, 1970년대 빈민층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 당시의 모습이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의 맥락과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부자들은 더 돈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져 끝으로 몰린다는 것. 씁쓸한 사실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소외계층이 더 소외를 당한다고 생각한 1970년대. 그로부터 약 45년이 흐른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는 아직도 자신의 구두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wj는 열 켤레, 아니 한 켤레의 구두를 힘겹게 지키고 있는 많은 사내들과 여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사회의 관심이 쏟아져 그들의 구두를 계속하여 빛내고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소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16기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