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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고사장에 감독관이 없다고? - 무감독시험 소개

작성자
전윤아
(사진)


시험 당일 아침. 등교한 학생들이 조용히 착석합니다. 손에 땀을 쥐며 교과서를 훑어보고 있네요. 모두 긴장한 표정입니다. 곧 시험이 시작되고, 정적이 감도는 교실 속엔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와 감독관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집니다. 감독관의 철저한 감시 아래 조용하게 치러지는 시험. 이 모습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시험의 모습인데요. 시험 감독관은 고사장 내 조용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만약 고사장에 감독관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무감독시험’이라 불리는 이 독특한 시험 방식은 오래전부터 전국의 여러 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감독을 없애고 학생들이 직접 시험의 주체가 되어 양심적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제도인데요. 학생들은 무감독 시험의 응시자임과 동시에 서로의 감독관이 되어 시험에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 무감독시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인천 계양구 소재의 한에서는 2010년 개교 이래 매년 무감독 시험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학교입니다. 이 학교에선 자유학기제를 진행하고 있는 1학년을 제외한 2, 3학년 재학생들은 1년에 4번의 교내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입시로 성적을 일찍 산출해야 하는 3학년의 2학기 기말고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감독 시험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 도덕적인 성숙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무감독시험을 진행한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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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의 무감독시험은 어떻게 치러질까요? 시험 당일 고사장 내부의 자리 배치도는 다른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일렬로 죽 늘어선 형태입니다. 종이 울리면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께 시험지를 받습니다. 이때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은 감독관이 아니라 시험지 배부만을 돕습니다. 10분 후 시험 시작종이 울리면 선생님은 복도로 나갑니다. 이때 역시 선생님들은 복도를 돌아다니며 감독 대신 답안지 교체와 문제의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할 뿐입니다. 감독관이 없는 고사장 내에선 학생들이 서로의 감독관이 되어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떨어진 학용품을 줍는 행위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행위는 모두 부정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칠판 위 시계를 제외하고는 눈길 한번 돌리지 않습니다. 만약 학용품이 떨어졌거나 답안지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 조용히 손을 들고 대기하면 복도에 있던 선생님들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험 종료 10분 전, 예비령이 울리면 시험 시작 전 시험지를 배부해 주셨던 선생님이 다시 돌아오십니다. 선생님은 종료령이 울릴 때까지 교실 안에 남아 답안지 교체를 돕습니다. 학생들은 시험 답안지가 모두 회수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습니다. 시험이 종료된 후에는 ‘양심 평가표’를 작성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의심되는 학생의 위치와 행동 등을 적고, 자신이 무감독시험을 통해 느꼈던 점을 서술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중학교의 사례를 보았을 때, 무감독시험은 단지 감독이 없는 시험이 아닌 학생들이 양심을 지키고 정숙한 시험 분위기를 스스로 조성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서로가 감독관이 됨으로써 어떤 행위가 부정행위인지 알고, 자신의 양심을 평가함으로써 도덕성을 함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습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학생들은 양심적으로 시험을 치른 결과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또한, 무감독 시험으로 올바른 시험 태도를 기를 수 있다는 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무감독시험은 청소년들의 도덕성을 높이는 획기적인 시험 방식입니다. 감독관의 감시 아래 수동적으로 치러지는 시험장 내에선 오히려 감독의 눈을 피한 부정행위가 더욱 만연할 수도 있습니다. 감독관의 감시를 피하기만 하면 아무도 모르게 부정행위를 성공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감독관이 없는 무감독시험의 경우,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시험에 참여하는 만큼 양심에 대한 의식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됩니다. 아무리 자신을 감시하는 감독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능동적으로 참여한 시험 아래에선 자신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양심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학생들은 그 양심에 따라 행동하여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죠.

청소년들에게 양심과 도덕성을 일깨워 줄 수 있는 무감독시험. 점차 무감독시험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 역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무감독시험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건전한 시험 문화, 청소년 시절 틈틈이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양심은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양심적이고 건전한 사회 문화를 조성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검색
16기 전윤아 기자
작성일
201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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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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