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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창가의 토토' 대한민국 교육현실을 향해 던지는 물음표

작성자
나명채

‘창가의 토토(구로야나기 테츠코)’는 주인공 토토가 ‘도모에 학원’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입니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작가만의 진솔함과 사실적인 묘사가 눈에 띕니다. 소설의 내용이 모두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덕분인데요.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릴 적 모습이 그려져 절로 미소가 피어납니다. 이러한 마냥 따뜻하고 밝아 보이는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왠지 모를 씁쓸함과 고민거리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주인공 토토는 천방지축 말썽꾸러기입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책상을 툭탁거리기를 좋아하고, 교실에 혼자 남겨진 양 창가에 앉아 소리를 빽빽 지르기를 반복하는. 남다른 에너지와 순수함을 지닌 아이가 바로 주인공 토토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다른 아이들은 즐겁게 학교생활을 시작할 무렵, 토토는 조금 특별한 학교생활을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안학교 개념과 유사한 ‘도모에 학원’이라는 곳으로 전학을 가게 된 것이죠. 토토를 일반 학교에 진학시켰다가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어머니의 걱정에서 비롯된 결정이었습니다. 토토의 성격을 받아주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공간 속에서 토토는 누구보다 잘 적응해나갑니다. 이 책에는 토토가 도모에 학원에서 겪는 소박하고 순수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집니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도모에 학원’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줍니다. 이곳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온 세상이 불길에 휩싸였을 무렵에 폐차된 전철 여섯 칸을 개조하여 만들어진 곳이었습니다.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대부분이 정상적인 사회에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었습니다. 사회인으로서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책상에 앉아 수학공식으로 골머리를 앓는 교육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을 믿어주며 꿈을 키워주는 교육을 실천하자는 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 아래, 도모에 학원 학생들은 한 걸음씩 성장해나갑니다.

그들의 행복한 성장을 도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조성된 자유로운 교육환경이었습니다. 전차를 개조해 만든 학교라니. 외형부터가 자유로운 이 학교의 모습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0년이 넘는 교육을 받으며 우리가 기억하는 학교의 모습은 대부분 동일하기 때문이죠. 아마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교실을 그려보라고 하면 놀랍게도 아주 유사한 모습의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교실의 위치와 형태, 책상과 의자의 크기와 디자인마저 일치하는 놀라운 공간에서 장기간 교육을 받은 덕분이죠. 창의적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효율성만을 중시한 획일화되어가는 교육에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도모에 학원의 선생님은 수업이 시작되면 칠판에 오늘 공부할 과목의 시간표를 적어놓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 어떤 것이든지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도모에 학원의 학생들이라고 해서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초적인 소양을 기르기 위해 각자가 해야 할 공부는 분명 정해져있습니다. 대한민국 학교 역시 마찬가지죠. 학생이 성장해 사회에 나갔을 때 본인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학교 교육의 목적입니다. 단순히 학문적 지식의 습득만을 위함이 목적이었다면, 아마 학교보다는 국·영·수 전문학원을 다녔을겁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교육이지만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는 그 여정은 어떠한가요? ‘도모에 학원’과 비교해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대한민국 교육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의 개념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종이 치면 자리에 앉아 정형화된 시간표대로 수업을 받고, 정해진 시간을 쉽니다. 학교의 실질적인 교육목표는 암울한 현사회에 가려지고 퇴색되어 대학입시가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이곳에서 쉬는 시간이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이게 아니라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다른 이유는 모두 핑계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지금은 꿈을 이루기 위한 정말 최소한의 문턱이 되어버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공부에 매진해야만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죠.

OECD 국가 중 학업성취도 부분은 1위이지만 행복지수는 여전히 최저수준인 대한민국. 이제는 척박한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 아래에서 반복되는 학생들의 절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만 합니다. 자율성과 창의성 계발을 기반으로 각자의 꿈과 개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교육이 보편화된 사회를 꿈꿔봅니다. 더 이상 토토의 이야기가 먼 나라에만 존재하는 이상향처럼 느껴지지 않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16기 나명채 기자
작성일
201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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