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김영승의 시선(詩선)
김영승의 시선(詩선)
섬
정현종(鄭玄宗 ; 1939 -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글 김영승
빵빵! 두 방을 맞았다. 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 팔뚝을 보니 빨간 당구알 같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대낮인데도, 폭죽 그 유산탄이 터지는 것 같았다. 민박집 할아버지가 에프킬라를 갖고 나와 뿌렸다. 툭툭 떨어져 내렸다. 말벌이었다. 작년에 자기는 이 말벌에 쏘여 헬기로 인천까지 이송되었단다. 여기저기 전화를 했으나 계속 불통이었다. 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금쯤이면 의식을 잃고 쓰러져야 하는데 안 쓰러지다니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팔뚝을 보니 당구알 만하던 것이 자두알 만해졌다. 걱정할까봐 아들한테는 말을 안 했었다. 어릴 적 나는 빨개벗은 채 닭장 안에 들어갔다가 하도 벌에 쏘여 면역이 생겼나보다 했다. 굴업도에서의 일이다. 해변으로 나갔다. 녹말가루 같은, 이게 모래인지, 곱게 빻은 금강석 분(粉)인지, 피전 블러드 루비 분(粉)을 섞고, 금분, 은분을 또 섞어, 그 어떤 거룩한 손길이 미장이의 흙손처럼 흙손질을 해놓은 듯한, 세상에 이러한 백사장은 하늘 아래 없으리…… 그 모래밭에 저녁노을이 깔리고 곧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내렸다. 실신은 말벌들 때문이 아니라 별들 때문 같았다.
나는 아들이 중3때까지 소위 여름휴가라는 것을 거의 다 인천 앞바다의 섬들로 갔었다. 아들이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 받은 후 보낸 육필 편지엔 그 섬들의 추억이 마치 영사(映寫)되듯 묘사되어 있었다. 아들은 그러한 아버지한테 감사를 하고 있어 감사했다.
아니 그 서해의 바다가 이토록 쪽빛이라니, 승봉도의 바다를 보고 한 탄식이다.
대이작도 선착장에서 낚시를 마치고 가로등이 도열한 해안도로를 따라 돌아가는 밤은 내 인생 밤의 장면 중엔 그 장면 하나여도 좋을 그런 장면이다.
나는 인천 앞바다의 그 섬들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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