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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인천문학초등학교

2021-11-29 2021년 12월호


인천의 역사 품은 인천의 학교


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허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열아홉 번째 등굣길을 따라 초겨울 고즈넉한 문학동으로 간다. 승학산 자락 아래,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온 인천의 정기精氣 품은 인천문학초등학교. 100년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100년을 써 내려가고 있는 그 길을 권효린(12) 학생과 함께 걸었다.

글 전규화 자유기고가│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문화재 정기 품은 100년의 역사

인천문학초등학교(이하 문학초)로 가는 길. 거리거리 낙엽에 늦가을 정취가 물씬하다. 인천도호부관아 앞에 다다르자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진짜’를 만나고 싶다면 발걸음을 더 옮겨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인천도호부관아는 재현물이다.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호’의 흔적은 문학초에서만 찾을 수 있다.
“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뭔지도 몰랐어요. 학년이 올라가고 선생님께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 학교가 대단한 학교구나 생각했죠. 내가 사는 인천의 귀중한 문화재를 매일 매일 만날 수 있으니까요.”
인천도호부관아는 조선 시대 지방 관청 건물이다. 1982년 3월 2일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호 인천도호부청사로 지정됐다가 2019년 10월 7일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문학초에 보존되어 있는 건물은 객사와 동헌의 일부다. 객사는 1460년에, 동헌은 19세기 초반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 인천시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화도진도’를 근거로 문학초 인근 부지에 별도로 인천도호부관아를 복원했다.
“선생님께 부평도호부관아도 부평초등학교 안에 보존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옛날 인천을 관할했던 관청 두 개가 모두 초등학교 안에 있다는 게 참 신기해요. 어린 학생들에게 인천의 역사를 기억하라는 의미인 것도 같아요.”
문학초는 1918년 부천공립학교로 개교했다. 이후 1946년 인천문학공립학교로 개명됐는데, 1950년 인천도호부관아 자리에 문학초의 교사校舍가 지어지며 오랜 동행을 시작했다.



인천문학초등학교에 객사와 동헌의 일부 흔적이 남아 있는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호 인천도호부관아 모습

1918년 개교한 학교는 100년이 넘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품고 있다.

늦가을에 만나는 노란색 눈꽃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이 분다. 그 바람에 문학초 교정에 노란 눈꽃이 흩날린다. 권효린 학생이 커다란 은행나무 앞에 섰다. 수려하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가지가 이색적인 나무의 나이는 650살이 넘었다. 오랜 세월을 버텨낸 만큼 높이 25m, 가슴 높이 둘레 6.8m, 수관 폭 20m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나무는 학교를 지키고 인천은 나무를 지킨다. 은행나무는 현재 인천 보호수 4-3-1호로 지정된 귀한 몸이다.
“학교의 교목도 은행나무예요. 650살이 넘도록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살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죠? 하지만 학교 아이들에게 이 나무는 그저 친구예요. 그늘이 되어주고 쉼터가 되어주거든요.”
승학산 아래 자리한 문학초에는 나무가 많기로 유명하다. 자연을 벗 삼아 공부하고 뛰놀 수 있다는 건 커다란 행복임에 틀림없다. 교정 곳곳 아기자기한 산책로도 나 있고, 학교 뒤편으로는 텃밭도 조성되어 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흙을 밟고 만지며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사계절이 모두 예쁘지만 이맘때가 가장 아름다워요. 색색의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과 그 안에 숨은 듯 자리한 인천도호부관아 건물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요.”
‘백년의 숨결 넘어 무한한 꿈과 희망의 문학 동산’.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개교 100주년 기념비에 새겨진 문구다. 그렇게 학교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움트는 포근하고 든든한 동산이 되어주었다.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650년 된 은행나무. 인천 보호수 4-3-1호로 지정되어 있다.

학교 정문에 세워진 개교 100주년 기념비


도전으로 성장하는 인천의 명문

또래에 비해 큰 키와 긴 팔다리를 가진 한 여학생이 운동장을 달린다. 권효린 학생이다. 문학초는 과거 씨름으로 유명했다. 각종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씨름 명문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육상부가 명맥을 잇고 있다. 권효린 학생을 비롯한 육상부 선수들도 출중한 기량을 바탕으로 선전 중이다.
“매일 오전과 오후 두 번 훈련해요. 학교에서는 간단히 몸을 푸는 정도고 진짜 훈련은 다른 곳에서 하고 있어요.”
문학초 육상부의 진짜 훈련은 문학경기장에서 진행한다. 가까운 거리라 산책하듯 걸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선수들에게 실제 경기장과 똑같은 환경의 훈련장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문학초 육상부 학생들은 잘 정비된 트랙을 달리고 또 달리며 대한민국 육상의 미래를 준비한다.
“‘문학’이라는 같은 이름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학교 운동장처럼 친근해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해 주신 만큼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올렸으면 해요.”
권효린 학생은 전교 회장의 중책도 맡고 있다. 처음에는 떨어지는 게 두려워 선거에 나갈까 말까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과녁을 맞히려면 일단 화살을 쏘아야 한다고 했다. 용기와 도전을 무기 삼아 출마했고 당당히 회장으로 선출됐다.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해요. 학교에서의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죠. 동생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 학교는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인천에서 제일 좋은 학교라고. 망설이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훗날 학교의 이름을 빛내자고요.”



본관 건물에 전시된 다양한 상장과 상패들이 학교의 오랜 역사와 저력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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