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시민이 소개하는 우리 동네-소래습지생태공원
한 해의 끝, 자연 속 고요한 마무리
소래습지생태공원
글 한은정(남동구 소래로)
스물여섯, 일자리를 찾아 인천에 처음 왔다. 충북 영동이 고향인 나에게 인천은 낯설고 복잡한 세상이었다. 당시 살던 산곡동은 조용한 주택가였지만 버스를 타고 번화가로 나오면 그야말로 불야성이 따로 없었다. 부평 시내의 화려한 불빛은 젊은 나에겐 너무나도 신기하고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인천은 사람 많은 대도시로 나에게 다가왔다.
철모르던 신입 사원에서 대리로, 과장으로 직급이 올라가고 세월이 지나면서 인천은 더 이상 외지가 아니라 내 일터이고 삶터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인천 사람이구나, 이렇게 느끼곤 했다. 그런데 논현동으로 이사하면서 내가 알던 인천이 아닌 새로운 인천을 만나게 되었다.
인천은 바다를 접하고 168개의 섬을 포함하고 있지만 살면서 그런 부분을 실감하긴 어려웠다. 부평구에서 남동구로 이사하니 인천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래습지생태공원 때문이다.
처음 소래습지생태공원에 왔을 때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원이라고 해서 가볍게 산책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넓어도 너무 넓었다. 거기다 갯벌에 습지까지 자연 한가운데로 성큼 들어선 듯했다. 사실 10년 전 이곳과 지금의 이곳은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아름다운 자연을 오롯이 만날 수 있었다면, 현재는 다양한 체험이 더해져 조금 더 다채롭고 흥미진진해졌다.
석양 무렵 데크 로드를 따라 걷는 길은 너무 낭만적이고,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게 쾌적한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생태 전시관에 들어서면 갯벌과 습지를 공부할 수 있는 데다 염전 체험장에서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해수 족욕탕에서 피로도 풀 수 있고, 풍차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또 계절마다 다르게 피고 지는 꽃으로 주말이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각광받는다.
만약 내가 이곳에 이사 오지 않았다면 나는 인천의 모습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을 것 같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만큼 그 속에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고, 자연과 공존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있음을 이곳 소래습지생태공원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2022년 한 해의 끝자락에 접어들며 차분한 마음으로 올해를 정리하려 한다. 그럴 때는 복잡한 시내보다 고요한 이곳이 제격일 터.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다사다난했던 시간을 찬찬히 정리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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