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천 공무원이 간다- 화가 공무원 김민서
‘그림 같은’ 월미공원을 그대 품 안에
글 김진국 본지 편집장│사진 김성환 포토 저널리스트
김민서 씨는 낮에는 공무원으로, 밤에는 화가로 지내는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만추에 김 씨가 월미전통공원 내 ‘치유의 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 월미공원은 지금 만추의 계절. 알록달록한 단풍잎이 공원을 흠뻑 물들이는 중이다.
월미공원 한편. 이젤을 펼친 채 쓱쓱 붓을 놀리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붓을 세워 크기를 재는가 하면 눈을 크고 가늘게 뜨며 가을 풍경을 섬세히 관찰하는 중이다.
“그림이 좋아 취미로 시작했는데 화가가 되고 말았어요.”
인천 월미공원사업소 공무원 김민서(50, 공무직) 씨는 지난 11월 22일~28일 월미도 한 갤러리에서 ‘풍요의 소리’란 개인전을 진행했다. 양진당, 국담원, 습지원, 평화의 어머니 나무 등 전시에서 김 씨는 월미전통공원 안 풍경을 담은 그림들을 벽에 걸었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시각적인 감정과 내면의 감정을 교합하고자 노력합니다. 자연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면 제 마음도 자연이 되고 맙니다.”
월미공원의 풍경을 많이 그리는 김 씨는 “같은 장소이지만 생태계의 신비로움과 조화롭게 계속 변화하는 자연은 그림을 그릴 때 무한한 소재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 출신인 김 씨가 목수인 아버지를 따라 인천에 온 건 일곱 살 때이다. 초중고를 모두 인천에서 나온 그가 붓을 본격적으로 든 시기는 20대 초반이다.
“처음엔 무작정 그림 그리는 시간이 좋아 단청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이후 벽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민화를 배우면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걸어온 것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 뒤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같은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김 씨는 늘 그림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짬만 나면 물감을 풀고 붓을 놀린 것도 그림을 향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렇게 2009년 ‘제1회 한중수교 17주년 기념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십 차례의 개인·단체전을 가졌다.
파트 타임으로 일하다 월미공원사업소의 정규직 공무원이 된 때는 지난 2019년. 그렇게 매일같이 월미공원을 돌며 시설을 관리, 점검하는 것이 그의 일과다.
“월미공원 면적이 17만9,000평에 이릅니다. 이 큰 공원을 매일같이 다니며 샅샅이 살펴봐야 하거든요.” 관광객 안내, 스탬프 투어, 전기 셔틀카 티케팅에 이르기까지 김 씨가 하는 일은 공원 안에서 이뤄지는 A부터 Z까지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일이 많다 보니 업무를 마친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만 그림을 그린다.
누구보다도 바쁘게 살아온 그이지만 그 와중에 늦깎이로 인천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지금은 성산효대학원에서 예술학 석사과정까지 밟고 있다.
“일단 월미공원 잘 돌보고 가꾸는 일에 전념해야겠지요. 그렇게 월미공원을 가슴에 깊이 새겨 훗날 그림으로 더 많이 표출하고 싶습니다. 월미공원은 제 인생에 매우 중요한 공간임이 틀림없거든요.”
그림 ‘달도 쉬어가는 월휴정의 가을’(2022)
그림 ‘월미전통공원 내 습지원’(2022)
김민서 씨가 월미전통공원 안 부용지정 앞에서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 첨부파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