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나의 인천 : 김유정 작가
인천에서 피워낸 예술의 시간
김유정 작가
바다 냄새와 항구의 불빛 속에서 자란 작가 김유정. 그는 인천이라는 도시가 품은 시간과 사람들의 온기를 예술로 되살리고 있다. 월미도의 바람, 연안부두의 파도, 재래시장의 손끝을 끊임없이 포착하고 있는 그가 인천 시민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글·사진. 김유정 작가

‘2023 소마미술관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에서 태어나 지금도 인천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김유정입니다. 어린 시절, 제게 인천은 그저 일상의 배경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그 특별함이 눈에 보이지 않았거든요. 바다 냄새는 늘 코끝에 머물렀고, 항구의 불빛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먼 나라, 바다가 없는 도시에서 지내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인천의 하늘빛, 물결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가 제 삶의 결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지금의 저는 그 익숙했던 풍경과 사람들의 온기를 작업 속에 담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저의 작업은 ‘주변의 미학’에서 출발합니다. 버려진 사물, 이름 없는 식물, 경계에 선 사람들처럼 세상 가장 변두리에 있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며 기능을 잃은 사물과 공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으려 합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한때 제 역할을 다하고 잊힌 것들이 얽히고설켜 서로의 호흡을 나누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공존’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체감합니다.
혹시 인천 곳곳에도 이런 ‘공존’의 장면들이 숨어 있다는 거 아시나요? 저는 월미도의 바람, 연안부두의 활기, 재래시장의 분주한 손끝 속에서 사람과 사람, 자연과 인간이 이어져 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이처럼 인천은 ‘서로를 품는 도시’입니다.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했던 시절, 저는 틸란드시아를 작업의 매개로 삼아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탐닉했습니다. 식물이 인간의 공간에 이식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또한 서로의 삶 속에 이식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작품은 평면을 벗어나 설치와 공간으로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최근 전시에서는 이주민, 새터민, 청년들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낯선 이웃들의 이야기가 제 작품의 일부가 되었고 서로의 기억과 감정을 예술로 엮어가는 과정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공동체적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인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바다를 마주하며 숨을 고르고 오래된 골목의 정취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발견해 그것을 다시 예술로 되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인천시립미술관(가칭)에서 인천 시민들과 제 작업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 될 것입니다.
이제 인천은 제가 ‘사는 곳’이 아니라, 제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인천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추억을 쌓으며 작업과 삶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예술과 사람의 숨결이 함께 공존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새로운 작품 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김유정 작가

2015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선보인 작품

김유정 드림
Profile. 김유정
1974년 인천 출생. 단국대 서양화과를 수석 졸업하 고 같은 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과 우즈베 키스탄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우수교원표창을 받았다. 국내외에서 개인전 27회, 기획전 220여 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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