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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③ 길상초등학교

2020-07-31 2020년 8월호

백년대계를 위해 걸어온 100년

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허나 그 중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세 번째 등굣길을 따라 강화로 가는 다리를 건넜다. 지난 7월 100주년 명문의 반열에 오른 길상초등학교. 단군신화가 살아 숨 쉬는 정족산 아래에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갈 그 길을 고석현(43회 졸업) 총동문회장과 함께 걸었다.

글 전규화 자유기고가│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1920년 7월 10일 사립 진명학교로 문을 연 후
2020년 개교 100주년을 맞은 길상초등학교 모습

반만년 역사 깊은 삼랑성 기슭에

예년 같지 않은 섬 풍경을 무심히 스쳐지나 학교로 간다. ‘전등사’를 가리키는 표지판 따라 착실히 운전대를 돌린다. 다다른 곳은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국내 최초 사찰 전등사가 자리한 정족산이 길상초등학교를 휘감고 있다.
‘반만년 역사 깊은 삼랑성 기슭… 정족산 저 성 틀에 반석과 같이….’ 고석현 총동문회장이 낮은 목소리로 교가를 읊조린다. 사적 제130호 삼랑성은 그 옛날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아올렸다 전해지는 성곽이다.
“정족산은 강화의 진산鎭山 중 하나입니다. 그 깊은 정기 흐르는 좋은 터에 1920년 7월 10일 개교한 길상초등학교가 올해로 개교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학교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길상의 100년은 특별하다. 한때 10만 명에 달했던 강화의 인구는 점점 줄어 7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저마다의 이유로 섬을 떠나 뭍을 향한 사람들과 줄어드는 아이들. 도심과는 사뭇 다른 상황 속에서 지켜온 긴 세월은 총 8,938명 ‘길상인’들의 자부심이 되기에 충분하다.
1906년 조선성공회가 설립한 진명학교가 전신인 길상초등학교는 1920년 5월 길상공립보통학교로 설립 인가를 받고 같은 해 7월 사립 진명학교로 개교 후 1996년 길상초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37년 졸업 사진


1966년 체육 시간 풍경


지나온 100년, 다시 올 100년

교문을 들어서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개교 100주년 기념비가 섰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장을 지낸 동문 김용철 교수가 도안과 설계를 맡았고, 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총동문회가 부담했다. 여기에, 교직원들의 관심과 협조는 기념비에 굳건함을 더했다.
“길상은 오래전부터 학교와 동문회 간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지역 내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동문들은 학교에 큰 애정을 갖고 늘 앞장서서 함께합니다.”
성대했어야 할 100주년 기념식은 세상의 분위기 탓에 조촐하게 치러졌다. 애석하게도 행사 당일 비까지 내렸다. 하지만 동문들의 얼굴은 밝았다. 소풍이나 운동회 등 큰 행사가 열리는 날마다 비가 내렸던 전통 아닌 전통을 기억하는 이들이었다. 과거 학교에 연못을 만들 때 승천하려던 용을 붙잡아 매번 중요한 날이면 하늘이 비를 내린다는 이야기는 오랜 동문들 사이에서만 전해지는 설화다.
“마을 주민들, 나아가 모든 강화 사람들의 안전이 우선이기에 기념비 제막 정도의 간단한 행사로 마무리했습니다. 대신 학교와 의논해 우리 학교 자랑하기, 길상초로 삼행시 짓기, 학교 홍보물 만들기, 길상의 100년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 전시회 등을 진행해 길상의 새로운 100년을 열어갈 아이들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내실로 내일을 다지는 인천의 명문

섬에 있는 학교라고 그만그만하다 여기면 큰코다친다. 이는 길상초등학교의 생경한 등교 풍경에서도 알 수 있다. 스쿨버스 3대가 마을을 한 바퀴 휘돌아 전교생을 태워 한번에 학교로 쏟아낸다. 허나, 일주일에 하루만 등교하는 지금은 교직원들이 가장 자주 보고 싶은 모습 중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 아쉽다.
길상초등학교는 학업 면에서도 ‘강화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며 성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목동 등 교육열로 들끓는 지역을 제치고 전국 동시 진행된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1위를 거머쥔 경험도 있다. 사교육이 판치는 교육 현실에서 담대하게 공교육을 밀어붙인 결과였다. 전국 단위 발명 대회 성적표 최상단에서도 길상초등학교의 이름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요즘이 됐다.
체육 분야에서도 남다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야구를 변형시킨 종목인 ‘티볼Tee Ball, T-Ball’ 클럽을 운영하는 길상초등학교는 2018~2019년 연이어 인천시 우승과 전국 조별 리그 1위 등 탁월한 성적을 내며 전국 티볼 강자로 우뚝 섰다.
‘큰사람이 되자’. 길상초등학교는 100년 동안 변함없이 지켜온 학교의 기치를 앞으로도 지켜갈 것이다. 새로운 100년의 시작점에서, 외형보다 내실을 다지며 진정한 명문의 반열에 오를 길상초등학교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길상초등학교는 지난해까지 강화 지역 학생들을 위한 영어체험센터를 운영했다.

오래전 길상초등학교 총동문회에서 세운 기념비.

​‘큰사람’이라는 학교의 가치와 교가 가사가 새겨져 있다.



길상초등학교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트로피 진열장을 소개하고 있는 고석현 총동문회장



길상의 100년 역사 속 인물들

수필가 조경희
월당 조경희 선생은 한국 수필 문학의 대명사다. 1914년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서 출생한 그는 한국수필가협회장, 한국문화예술총연합회장, 제2정무장관 등을 역임했다. 강화읍 관청리에 위치한 강화문학관 2층에는 ‘조경희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조경희 선생이 강화군에 기증한 소장품 8,000여 점이 보관되어 있으며, 국내 수필 문학에 끼친 조경희 선생의 눈부신 업적을 확인할 수 있다.



작곡가 최영섭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 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작곡가 최영섭도 길상의 역사와 함께한 인물 중 하나다. 1929년 강화군 화도면에서 출생한 그는 길상초등학교 3년 수료 후 창영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리운 금강산 외 500여 곡의 주옥같은 가곡을 남겼으며, 한국작곡가회 회장, 우리 가곡의 날 제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대한민국 문화 훈장(은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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