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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천 공무원이 간다-50대에 9급 공채 합격 민영 주무관

2020-10-30 2020년 11월호

50대에 9급 공채 합격 민영 주무관


“늦깎이 공무원인 만큼 더 많은 일 하고 싶어요”


‘나보다는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이 크게 다가오는 직업을 갖게 된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앞으로 일을 더 배우고 익혀야겠지만, 가능하다면
행정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섬 지역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글 김진국 본지 총괄편집국장│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뭐라고? 그 나이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겠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의 눈이 하나같이 휘둥그레졌다. ‘경단녀’가 된 지 10년이 넘은 데다 내일모레면 50대로 접어드는 나이였다. 그런 그가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운 좋게 들어간다 해도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모든 것이 회의적으로 보였다. “당신은 할 수 있다”고 말해준 사람이 꼭 한 명 있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언제나 ‘당신이 맞다’고 응원하는 사람, 남편이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먼저 딴 뒤 동네 도서관과 독서실을 다니며 독학했어요. 쉽진 않았지만 목표가 있으니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9월, 민영(51) 주무관은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다. 집 근처 ‘논현·고잔동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 담당으로 발령받은 지 1년. 민 주무관은 이제 삶이 녹록지 않은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일상이 익숙해졌다.
“제 일이 주로 장애인이나 어르신, 한 부모 가정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상담하고 안내하는 업무여서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보람이 있어 열심히 배우며 일하고 있습니다.”
인천에서 초중고를 나와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민 주무관은 대학 4학년 때 영어 강사를 시작한 ‘베테랑 학원 강사’ 출신이다. 한창 잘나갈 땐 지금 받는 월급의 3~4배를 받았지만 툭하면 새벽까지 일해야 했고 밤을 새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2007년, 조금 쉬어가겠다는 요량으로 학원을 그만두었는데 10년의 세월이 금세 지나가 버렸다.
“처음엔 좋았는데 너무 오래 쉬다 보니 피로도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2017년쯤 뭔가 일을 해야겠는데 학원으로 다시 가긴 싫고, 무작정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먼저 땄지요. 그런데 재취업 연령에 걸려 취직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어요. 결국 연령 제한이 없는 공무원 시험을 보게 됐어요.”
차선의 선택이었지만 최선의 결과가 돌아왔다.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주말에도 하루 정도는 반드시 출근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그럼에도 학원 강사 때와는 확연히 다른 규칙적인 출퇴근 시간과 ‘나보다는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이 크게 다가오는 직업을 갖게 된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늦깎이 공무원이지만 꿈마저 늦깎이일 수는 없을 터. “앞으로 일을 더 배우고 익혀야겠지만, 저는 가능하다면 행정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영흥도와 같은 도서 지역 읍사무소에서 말이죠.” 그는 “섬에 사는 취학 전 아이들과 어르신들이야말로 복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며 “섬의 삶이 행복할 때 섬을 더 잘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상담을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민원인을 마주한 민 주무관의 마스크 너머 눈빛이, 가을 햇살을 담아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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