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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천의 맛 - 젓국 밥상

2020-11-02 2020년 11월호

젓국 밥상

깊고 진한 인생의 맛
시월, 찬바람이 불면 포구의 밥상엔 활기가 넘친다. 강과 바다가 마주쳐 굽이치는 강화 바다엔 예로부터 새우가 많이 났다. 특히 가을 젓새우의 70%가 강화 출신이다. 젓새우는 추秋젓으로 담가, 김장에 쓰거나 젓국으로 끓여 먹는다. 그 맛은 곰삭을수록 깊고 풍부하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장│사진 임학현 포토디렉터


한민족의 역사가 이 한 그릇에 녹아 있다. ‘젓국갈비’는 800여 년 전, 몽골의 말발굽을 피해
강화도로 온 왕에게 진상한 음식이다. 국물 맛을 내는 재료는 오로지 강화도산 새우젓.
맑으면서도 깊고 진한 맛이 난다.


아버지가 바다 한가운데서 새우를 낚아 올리면, 어머니는 사계절 내내 풍성한 밥상을 차렸다. 애호박과 새우젓만 넣고 단출하지만 시원하게 끓인 ‘새우젓국’, 새우를 몇 움큼 집어넣어 노릇노릇 익힌 ‘만 마리 새우부침’. 거기에 특별한 날이면 고려 왕에게 진상했다는 ‘젓국갈비’를 푸짐하게 끓여냈다.

강화도 외포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식당. 이 집 독에는 지난해 가을 담근 새우젓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외포항에서 살이 통통한 햇새우젓을 들여와 천일염으로 다시 버무려 1년 이상 묵힌 것이다. 그 맛은 익히고 삭힐수록 더 감칠맛이 난다.


조건학(66), 김미자(61) 부부는 20여 년을 뜨거운 불솥 옆에서 살아왔다. 오랫동안 직접 기른 돼지며 닭, 오리를 요리해 팔았는데 돈벌이가 시원찮았다. 설상가상으로 고개 너머에 대형 고깃집이 문을 열면서 손님들을 다 빼앗겼다. 조 대표가 버스 기사로 길 위에서 젊음을 보낸 대가에 빚까지 내 어렵게 차린 가게였다. ‘망했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위기는 기회가 됐다. 7년 전 ‘강화도 향토 음식’으로 주 종목을 바꾸면서 식당은 대박이 났다. 


젓국갈비와 새우부침, 순무김치로 차린 건강한 밥상. 돼지갈비, 두부, 채소가 담뿍 담긴 젓국갈비는보는 것만으로도 호사스럽다.

식탁 위에 가장 많이 오르는 음식은 ‘젓국갈비’. 그 맛을 판가름하는 건, 단연 새우젓이다. “국 양념으로 강화도산 새우젓 딱 하나만 써요. 1년 이상 숙성시킨 것만 넣어 국물이 아주 시원하지요.” 육수는 새우젓에 북어 머리와 양파, 파 뿌리, 고추씨 등을 넣고 2시간 정성스레 불을 입힌다. 여기에 돼지갈비와 두부, 갖은 채소를 넣고 푹 끓여 먹으면 가슴속까지 후끈하다. 부드럽게 곤 갈빗살은 담담하면서도 진한 국물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내린다. 갈비는 주인장이 10시간 동안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두 번 삶아 낸 후 16가지 양념을 버무려 잡내 없이 담백하다.


부부의 정성이 깃든 젓국갈비는 강화군이 연 ‘향토·특색 음식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기분이 괜찮았어요.” 불솥 옆에서 인생의 시름마저 뜨겁게 녹여내며 살아온 아내가 덤덤하게 말한다. “괜찮은 정도라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지. 사람들이 칭찬하기 전까진, 이 사람 음식 솜씨가 이리 좋은지 여태 몰랐어요.” 남편의 말에, 주방을 드나들며 훌쩍 늙어버린 아내에 대한 애틋함과 고마움이 묻어난다.


젓국이 보글보글 끓고 코끝 가득 구수한 냄새가 퍼지면 밥상 위 손길이 빨라진다. 목구멍을 타고 가슴까지 스며드는, 깊은 맛. 순무김치와 김장김치, 호박무침 등 정갈한 밑반찬은 고기를 머금었던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직접 키워낸다니, 그 면면이 착하기만 하다.
부부의 꿈은 작고 소박하다.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일하는 것. 20여 년 세월, 밥벌이가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도 악착같이 가게 문을 열었다. 갈비를 손질하느라 하얗게 밤을 새운 날도 허다하다. 이제 먹고살 만하지만, 부부는 끝까지 제자리를 지킬 것이다. 때론 쓰디쓴 순간 속에서 터득한 인생의 참맛으로, 누군가의 허기진 삶을 배부르게 채우며.



직접 기른 배추에 새우젓으로 맛을 낸 김장김치도 단연 일품. 개복숭아 효소를 넣어 감칠맛이 난다.



배추, 순무, 호박, 감자, 고구마…. 음식에 쓰는 식재료는 부부가 직접 길러 쓴다.



외내골가든
강화군 내가면 강화서로?289
ⓣ 032-932-2488
강화군에는 10여 곳의 젓국갈비 음식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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