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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⑪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2021-03-30 2021년 4월호

세계 최고

기술인의 이름으로

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허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열한 번째 등굣길의 종착지는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다. 봄볕 내려앉은 교정, 계절을 닮은 따스한 정이 흐르는 그 길을 김창율 교장 선생님(35회 졸업)과 이찬용 총동문회장(38회 졸업), 김기춘 동문장학회장(34회 졸업)이 나란히 걸었다.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했습니다.


글 전규화 자유기고가│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이찬용 총동문회장이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 새겨진 기념탑 앞에 섰다. 그 문구처럼,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은 지역과 국가 발전의 기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술 사관학교
‘세계 최고 기술인의 요람’. 학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붙은 문구는 이루고픈 목표나 막연한 희망 사항이 아니다. 오늘날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이하 인천기공)를 가장 잘 설명하는 객관적인 수식어다. 인천기공은 세계 최고의 기술인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다. 국제기능올림픽위원회가 담보한다. 위원회는 전 세계에서 국제기능올림픽 메달을 가장 많이 획득한 교육기관을 조사했다. 대한민국 인천의 인천기공이었다.
“무려 42개입니다.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왕중왕이 되어야만 국제기능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출전 자체도 쉽지 않은데 메달까지 땄다는 건 그야말로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인천기공은 1940년 5월 10일 인천공립직업학교로 개교했다. 지난해에는 역사적인 80주년을 맞았다. 성장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1976년 현재의 교명으로 바뀐 후부터다. ‘국제기능올림픽 입상이 곧 대기업 취업’이라는 공식이 만연했던 시절, 학생들은 밤낮없이 공부하고 훈련하며 세계 최고 기술인의 꿈을 키웠다. 땀의 결과는 찬란했다. ‘전국제패’라는 문구가 새겨진 기념탑이 교정에 세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기념탑이 들어섰다. 크고 단단한 바위에는 ‘세계제패’라는 네 글자가 선명히 새겨졌다.
“인천기공은 인천의 자랑거리를 넘어, 대한민국이 기술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제 인천기공은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1등은 변하지 않는 역사를 지닙니다. 100년 뒤에도 인천기공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세계 최고의 기술인을 배출하고 있을 것입니다.”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는 세계 최고 기술인 양성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직업 훈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기능경기대회 및 국제기능올림픽 출전, 국내외 대기업 취업과 공무원 임용 등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는 다각적인 직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 예술로 승화되다
단단하면 부러진다 했다. 거센 변화의 바람에 꺾이지 않기 위해 인천기공은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도래는 제조업과 기술인들을 세상 가장자리로 밀어냈다. 이는 곧 전국 직업학교의 위기로 이어졌다. 인천기공은 달랐다. 탁월한 기술력을 펼칠 무대를 기업이 아닌 공공公共으로 넓히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2019년, 학생 16명이 인천시 공무원으로 임용됐습니다. 전체 모집 정원의 80%에 달하는 높은 합격률이었습니다. 지난해에도 서울시청 2명, 인천시청 12명 등 수준 높은 기술 인력 배출을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본연의 역할도 잊지 않는다. KT&G, GS네트웍스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BMW,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폭스바겐 코리아 등 해외 유수 자동차 기업들의 취업자 명단에서도 인천기공인들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미달 사태를 빚고 있는 직업학교의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인천기공은 역사와 저력으로 매년 우수한 기술 인력을 사회에 진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바른 인성을 지닌 창의적 기술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학교의 사명입니다. 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통한 감성 교육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예술의 조화가 바로 인천기공이 추구하는 미래 인재상입니다.”


왼쪽부터 김창율 교장, 김기춘 동문장학회장, 이찬용 총동문회장.
모두 자랑스러운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출신이다.

‘세계제패’. 김창율 교장이 국제기능올림픽 기념비 앞에서 재학생들에게 학교의 눈부신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동문, 100년 역사를 완성하는 원동력이 되다
학교 자랑에 여념이 없는 김창율 교장 역시 자랑스러운 인천기공인이다. 평교사부터 교감, 교장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을 모교에서 후배들과 함께했다. 그가 생각하는 인천기공의 가장 큰 경쟁력은 ‘동문’이다.
“동문들의 깊은 관심과 애정, 적극적인 지원이 오늘의 인천기공을 만들었습니다. 사회에서 성공을 거둔 선배들의 모습,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전통은 학생들이 더 큰 꿈을 꾸게 하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진가는 동문장학회에서 확인된다. 인천기공 동문장학회는 인천 지역 고교에서는 처음으로 교육청 인가를 받은 ‘재단법인’이다. 투명하고 내실 있는 장학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동문들의 의지가 낳은 결과다. 4만5,000명이 넘는 인천기공인들의 진심이 모인 장학금은 후배들을 위해 살뜰히 쓰인다. 그 규모가 매년 8,000만원을 웃돈다. 현업에서 은퇴하는 선배가 후배들을 위해 퇴직금 일부를 내놓는 경우도 다반사다. 
“누적 기부액이 1억원을 넘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아너스 장학인상’을 만들어 감사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네 분이 이름을 올리셨는데, 앞으로 더 많은 선후배들이 함께하리라 믿습니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 대한 애정, 후배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노현래(18회 졸업) 동문은 고인이 된 이후 아너스 장학인상에 이름을 올렸다.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온 가족이 힘을 보태 1억원을 기부했다.
“80년을 넘어 100년 역사를 향해 가는 학교, 학교의 이름으로 하나 된 동문, 동문들을 롤 모델로 삼고 꿈을 키우는 학생들이 인천기공의 빛나는 오늘이자 내일입니다.”


​동문들의 깊은 관심과 애정은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의 가장 큰 자랑이자 경쟁력이다.


학교 본관 뒤편의 연못.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의 크고 작은 추억이 서린 장소다.



배우 전무송(17회 졸업)
“그래, 기술을 배워 나도 잘살고, 나라도 부강하게 만들자.” 대한민국 연극계의 대부 배우 전무송의 생각도 그때 그 시절 청년들과 다르지 않았다. 축현초와 인천중을 거쳐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학창 시절 추억 대부분은 ‘밴드부’가 품고 있다. 당시에도 학교에는 여러 동아리가 있었는데, 전무송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밴드부원이 됐다. 멋진 유니폼을 입고 여학교 앞에서 나팔을 불 때는 어깨가 으쓱했다. 방학 때는 합숙까지 해가며 연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학교 근처에 있던 중국인들 밭에서 시금치와 파, 무, 당근 등을 서리해 먹었던 기억도 지금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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