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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오월의 산사

2022-05-02 2022년 5월호


오월의 산사

맑고 깊고, 그윽하여라

봄물이 한창 올랐다. 맑은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봄꽃이 둥둥 떠다닌다. 맑고 깊은, 오월의 산사로 향한다. 불자가 아니어도 좋다. 마음의 위안을 찾는 이라면 누구라도 기꺼이 품에 안으니, 예서라면 잠시 모든 걸 내려놓아도 된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류창현 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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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하늘에서 본 전등사.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을 매달고 있다.


“똑똑 또르르륵, 똑똑 또르르륵….” 전등사傳燈寺 봄바람에 실려온 목탁 소리가 산사를 깨운다. 은연히 흔들리는 풍경 소리. 세상 모든 소음이 사그라든다. 부슬부슬 내리던 이슬비도 소리를 낮춘다.


천년 고찰, 그 안엔 육백 살, 오백 살 나이 든 은행나무가 있고, 큰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깊고 그윽한 숲이 있다. 봄이면 도처에 꽃 무리가 진다. 밀려드는 꽃향기. 아, 봄이 무르익었다.
성문을 지나 경내에 다다른다. 다사한 햇살 사이로 대웅전大雄殿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요한 산사, 처마 끝 풍경 소리가 한가롭다. ‘텅 빈 충만.’ 비움으로써 채운다. ‘없음’으로 ‘있다’. 집착과 욕심, 어리석음을 버리면, 그 안에 기쁨과 행복이 차오른다. 밖으로 향하던 마음이 조금씩 내 안으로 움직인다.



마음의 도량을 닦으며 ‘비움으로써 채운다’.



꽃이 진 자리에 연등이 피어났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 보문사普門寺 중턱 마애석불 가는 길엔 425계단이 가파르게 나 있다. 기도처로 향하는 길이 이렇듯 험한 건, 자신을 낮추고 돌아보라는 뜻일 테다. 바깥세상에서 멀어질수록 시끄러웠던 마음이 잠잠해진다. ‘나를 찾고 싶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 바랍니다’…. 눈썹바위 아래 차가운 돌바닥에 엎드려,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놓는다. 금빛 연등에 담긴 소망이 바람결 따라 흔들린다.


낙가산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덩…, 덩…” 저녁 종성鐘聲이 경내에 울려 퍼진다. 큰 나무를 돌아 도량을 지나 바람이 선들선들 부는 산 아래쪽으로 걷는다. 어둑어둑한 처마 밑에서 흘러나오는 풍경 소리가 점점 멀어져간다.


전등사 강화군 전등사로 37-41, 032-937-0125
보문사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28번길 44, 032-933-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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