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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배다리 아트스테이1930’에서 떠난 ‘여인숙 여행’

2022-11-01 2022년 11월호


상인·노동자·학생들의 보금자리

사라져간 배다리 여인숙


글·사진 김진국 본지 편집장


사진 최유림
빨래터카페(사진 아래)로 부활한 옛 성진여인숙



깜박깜박 명멸하는 간판을 보고 발을 들여놓는다. 입구는 어두컴컴하다 못해 음침하기까지 하다. 작은 창을 통해 얼굴을 내민 주인이 손님을 올려다본다. 위아래로 훑어본 주인은 요금을 먼저 지불하라고 말한다. 돈을 받은 주인이 양은 주전자와 ‘뿔컵’(사기로 만든 컵) 1개를 담은 양은 쟁반을 건넨다. 기껏해야 한두 평에 불과한 방의 세간살이라곤 이부자리 1벌, 베개 1개가 전부. 피곤했던 나그네는 옷도 양말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든다.
배다리 일대엔 과거 수십 개의 여인숙이 있었다. 여인숙은 배다리시장이나 동인천역을 거쳐 가야 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였다.
배다리시장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댔다. 청과물을 파는 참외전거리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6·25전쟁 이후엔 더 복잡해졌다. 인근 산동네에 피란민들이 정착하며 인구 밀도가 매우 높아졌던 것이다. 철교 부근 너른 공터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고, 온갖 잡다한 물건이 시장에 나왔다. 낡은 옷가지, 양은솥, 항아리, 장작부터 채소, 과일, 생선 등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었다. 토끼와 노루 고기는 물론 입담이 걸쭉한 뱀 장수와 엿판을 목에 건 소년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구 지역인 ‘개건너’ 마을에선 나룻배를, 김포·강화에선 시외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배다리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자신이 가져온 물건을 다 팔고 돌아가야 했다. 거리도 멀거니와 교통편도 여의치 않아 쉽게 오갈 수 있는 여건이 못 되었기 때문이다.
상인들뿐만이 아니었다. 부두에서 찾아온 뱃사람들부터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층의 사람이 여인숙을 이용했다. 박태선 장로의 인천전도관을 비롯해 창영교회, 제삼교회, 송현성결교회 같은 배다리 인근 대형 교회가 개최한 ‘심령대부흥회’에 참여했던 신도들도 여인숙을 찾았다. 부흥회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보름 이상 이어지기도 했다.
기숙사가 없는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도 여인숙의 단골 고객이었다. 1980년대 이전엔 통행금지에 걸린 사람들이 파출소 대신 여인숙을 택하기도 했다. 철교 아래 있던 배다리파출소에서 막차를 놓치거나 야간 통행금지로 오도 가도 못 하는 사람들을 여인숙으로 보냈던 것이다. 인근 미림극장이나 문화극장에서 마지막 프로를 보고 나온 연인들의 숙소도 여인숙이었다. 동구 토박이인 김학균(76) 시인은 “배다리 일대는 채미전(참외전) 가게에 채소나 과일을 팔러 오는 사람들, 올림포스호텔 아래 배를 대고 생선을 팔러 온 사람들, 만석부두 근처 노동자들이 묵어가던 곳”이라며 “동인천이 사통팔달 요충지이다 보니 화평동, 화수동, 송현동 사람들을 비롯해 인천 전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이 애용하던 거처가 여인숙이었다”고 말했다. 여관과 모텔이 등장하며 여인숙은 품팔이 노동자나 홀몸 노인들에게 ‘장기방’이나 ‘달방’ 같은 새로운 거처로 명맥을 이어가거나 하나둘 사라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까지만 해도 지금의 ‘아벨서점’ 뒤쪽 골목엔 3개의 여인숙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진도, 길조, 성진이란 이름을 가진 여인숙이었다. 곽현숙(72) 아벨서점 대표는“1970년대 배다리 일대엔 50여 개의 여인숙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진도, 길조, 성진여인숙은 2014년까지도 영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 세 여인숙이 지난 9월 1일 ‘배다리 아트스테이1930’이란 문화예술 공간으로 피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고 있다. 정창이(48) 배다리 아트스테이1930 대표는 “7, 8년 전쯤 이곳을 지나는데 여인숙들이 눈에 띄어 문화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을 하며 배다리 빨래터를 발견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최유림



아트스테이1930(사진 아래)으로 변한 배다리 여인숙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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