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시민 인터뷰-이옥금 인천주원초등학교 학부모회 회장
다둥이 키우기도 힘든데 교통 봉사만 15년
이옥금
글 김진국 본지 편집장│사진 김성환 포토 저널리스트
아침 8시, 인천주원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녹색어머니회 정복을 입은 여성이 ‘매의 눈’으로 사방을 살펴본다. 우회전 시 ‘일단멈춤’을 하지 않는 차량은 없나, 정지선은 잘 지키나?
“삑! 삐-빅!” 횡단보도 가까이 다가오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 오토바이를 향해 부는 여성의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하다.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던 오토바이가 주춤하더니 정지선에 멈춘다. 쓰윽. 여성이 흡족한 표정으로 빨간색 교통지도봉을 들어 올리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길을 건넌다. 여성도, 아이들의 얼굴도 가을 아침 햇살을 닮아 있다.
주원초등학교 학부모회 이옥금(47) 회장. 평일 아침 등교 시간 주원초등학교 인근엔 언제나 그가 서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난 15년간 그는 ‘어린이 안전 교통지킴이’로 줄곧 아이들을 지켜왔다.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우리 아이 안전은 엄마인 내가 직접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15년이 흘렀어요. 보람의 기쁨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 회장은 첫째 아들 정종진(21) 씨가 주원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녹색어머니회 봉사를 시작했다. 이후 둘째 아들 종훈(18) 군이 태어났고, 셋째 서희(12) 양까지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봉사 활동을 놓을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이 힘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생각해 꾸욱 참고 아침이면 어김없이 학교 근처 횡단보도로 나갔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첫애가 1학년일 때 둘째가 다섯 살이었거든요. 아이들 밥 해 먹이랴, 교통 봉사하랴 솔직히 쉽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아이들 안전과 생명이 걸린 일인걸.”
지금도 떠올리면 눈물이 흐르는 일도 있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어느 겨울날이었다. 봉사 시간에 늦을까 뛰어가다 그만 눈길에 심하게 미끄러지고 말았다. “당시 제 배 속에 아이가 있었거든요.” 유산한 뒤 다시 셋째를 갖기까지 3년이 더 걸렸다.
그가 단순히 교통 정리만 하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위험할 만한 곳을 찾아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그의 일상이다. 주원고개사거리 석바위 방향 샛길을 인도로 만든 건 이 씨의 활약 덕분이었다. “신호등이 없는 길이다 보니 차고 오토바이고 막 지나다니는 거예요.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길이었지요. 국회의원, 구청장님 따라다니며 대책을 세워달라고 졸랐어요.” 주원초등학교 후문 일방통행로 도로 재포장과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시설물 설치는 코로나19 기간에 비대면 서명까지 받아가며 수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학교 열혈 봉사자’인 그가 교통 봉사만 할 리 만무하다. 학교운영위원장과 운영위원 등을 맡아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우문에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활짝 웃는 이 회장의 미소에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가 영글고 있었다.
이옥금 회장이 인천주원초등학교 앞에서 교직원들과 함께
안전한 스쿨존 캠페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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