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천은 [ ]다
2024-05-28 2024년 5월호
인천은
[ 뿌리 깊은 나무 ] 다
높이 20m, 둘레 3.2m의 600년 된 보문사 향나무.
1995년 인천시 기념물 제17호로 지정됐다.
관세음보살의 온화한 미소를 닮은 5월, 강화 석모도 보문사 산비탈을 오른다. 보문사에는 유독 오래된 나무가 많다. 300년 넘도록 나란히 선 두 그루의 느티나무, 절집 마당에는 600년 묵은 은행나무도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석실과 범종 사이 뿌리내린 600년 된 향나무다. 승천하는 용의 형세를 닮아 영검한 기운이 감돈다. 역시나 범상치 않은 사연을 지녔다. 나무는 6·25 전쟁을 겪으며 생을 다한 듯했다. 하지만 3년 뒤, 긴 잠에서 깨어나 새 생명의 가지를 뻗었다. 그렇게, 다시 우뚝 서 보문사를 지키며 억겁의 세월을 향하고 있다. 나무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땅속 깊이 박힌 뿌리 때문은 아니었을까. 제아무리 모진 시련 닥쳐도 굳건한 뿌리가 있다면 새 희망의 잎사귀를 싹틔울 수 있듯이 말이다. 인천의 지난했던 역사도 뿌리 깊은 나무를 닮았다. 미추홀의 탄생부터, 세 번의 개항을 거쳐 세계 10대 도시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하지만,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이겨내며 더 큰 세상으로 힘차게 가지를 뻗었다. 이제는 세계 속에 뿌리내린 글로벌 인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글·사진 오인영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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