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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길 위의 인문학 : 청천동 벽화

2025-02-20 2025년 1월호

새해, 좀 더 겸허한 마음으로

서로 배우고 채워가길


글. 김성배 문화비평가


부평구 청천동 트릭아트 벽화 중에서 (원화) 맹인들의 우화 | 피터 브뤼겔


1568년 / 캔버스에 템페라 / 86×154cm 나폴리 카포디몬테 박물관 보관


「길 위의 인문학」을 통해 생활 주변에서 우연히 마주쳤거나 무심결에 수없이 스쳐 지나갔던 벽화, 조각, 기념물건, 축물 등을 소재로 삶과 예술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가 보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좋은 정보를 부탁드린다.



1월호에 소개할 작품은 청천동 골목길에서 음식점을 찾다가 우연히 만난 벽화다. 대충 보기에 약 50m의 담장에 위의 작품을 포함해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자화상>, 귀스타브 카유보트(1848~1894)의 <파리 거리, 비오는 날> 등이 트릭아트 기법으로 그려져 있다.

위 그림을 보자마자 플랑드르(지금의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북부 지역)의 풍속화가 피터 브뤼겔(1525~1569)의 <맹인들의 우화>를 떠올렸다. 화가는 「만일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면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지리라(마태복음 15장 14절)」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그렸다. 맹인들이 긴 막대기의 양 끝을 잡거나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어디론가 불안하게 향하고 있다.

맨 앞사람이 이미 엎어졌고 다음 사람도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 뒤를 따르는 나머지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표정이다. 트릭아트 벽화에서는 이들이 길을 잃고 아예 액자 밖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새로운 희망과 계획으로 새해를 열어가야 할 시점에 이 그림의 비유와 풍자가 절절하게 다가온다. 자기만이 선하고 옳다며 목청을 높이고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는 인간들이 너무도 많아 보인다.지난해 봄에 시집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등을 남기고 떠난 신경림 선생의 일침을 다시 새겨본다.

「… 김성구 교사는 / 종일 남에게서 배우는 것이 업이다 / 오십 명이 좀 넘는 아이들한테서 배우고 / 밭 매는 그애들 어머니한테서 배운다 / 뱃사공한테 배우고 고기잡이한테 배운다 / 산한테 들한테 물한테 배운다 / … / 더불어 살면서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는 / 평범한 진실마저 모르는 잘난 사람들이 / 자기만이 가르치고 이끌겠다고 설쳐 대어 / 세상이 온통 시끄러운 서울에서 / 백 리도 안 떨어진 북한강가 작은 마을 말골에서」

(이상, 「말골분교 김성구 교사」 중에서)



※ 글쓴이는 철학과 예술을 공부하며 인문학 글쓰기로 사유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인천형 시민교수(인문교양)로 선정되어 강의 분야로 활동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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