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IncheON : 오감 인천
여름의 감각, 그리고 기억빛, 향기, 맛, 소리그리고 촉감: 인천의 여름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영종도 바닷가.물결 위로 번진 햇살 한 조각이 여름의 기억이 된다.발끝으로 계절이 스며든다.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젖은 발목 위로 햇살이 잔잔히 부서진다.갯벌에서 놀던 아이가 두 손 가득 갯것을 들어 올린다.작은 손가락 사이로 회색빛 물결이 미끄러지고,파도처럼 푸른 눈동자가 숨을 품듯 반짝인다.여름은 빛으로 시작해 향기로 번진다.한낮의 햇살이 유리창 위에서 물결처럼 흔들리고,장마가 지나간 골목엔 젖은 흙내가 눅눅히 밀려온다.포구의 짠 내가 바람을 타고 골목 깊숙이 파고들고,바닷가 얼음창고 문틈에선 서늘한 숨결이 새어 나온다.여름의 청량함이 입술에 머문다.아이스크림을 베어 문 아이의 입가에 달콤한 미소가 번지고,막 자른 수박의 붉은 향이 뜨거운 공기를 갈라 놓는다.차가운 물방울이 손끝을 스친 기억처럼,여름은 지나가도 감각은 남는다.빛, 향기, 맛, 소리, 그리고 촉감. 인천의 여름은 다섯 감각으로 새겨진다.짧은 계절이 스쳐가도, 그 순간들은 이 도시의 숨결과 기억 속에 머문다.월미도의 바람이 말을 건다.갈매기 울음이 파도처럼 스쳐 지나가며 여름을 깨운다.월미도 바닷가 놀이터. 아이들의 웃음이 바람을 타고 번져 나간다.순간, 여름이 푸르게 빛난다.송도국제도시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그 짧은 시간이 이 여름을 머물게 한다.소리가 품은 시간,빛이 남긴 여름소리는 하루를 깨우고,빛은 시간을 기억하게 한다.이른 아침, 월미도의 여름은 바람 소리로 깨어난다.바람이 바다를 스치며 낮게 울리고, 그 위로 갈매기 울음이 길게 파문을 그린다
2025-08-12 2025년 8월호 -
시민의 하루 :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무대 위 살아있는 숨결을 느끼다청라블루노바홀 앞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7월 햇살은 따가웠지만, 연극을 보러 온 관객들의 표정은 가벼웠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함께 연극을 보아온 류지안 시민과 장충준 시민도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인천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공연장을 찾았다.글. 이은혁 시민기자 사진. 김성재 포토디렉터공연장에 앉아 팸플릿을 확인하고 있다.오랜만에 연극을 만나는 날류지안 시민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친구 장충준 시민과 함께 연극을 즐겨 봤다. 대학생이 된 이후로는 주말마다 대학로를 찾을 만큼 연극에 푹 빠졌고, 단골 소극장까지 생겼을 정도다. 무대 위 배우들의 숨결과 관객의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들은 두 사람에게 단순한 문화생활을 넘어 삶의 위로이자 영감이 됐기 때문이다.하지만 학업 등 점점 바쁜 일상에 치여 예전처럼 극장을 자주 찾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연극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그러던 중,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인천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관람 일정을 잡았다. 인천에서도 연극을 접할 기회는 많지만, 이번 축제를 통해 더욱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기 때 문이다. 두 시민이 선택한 작품은 극단 ‘까치동’의 으로, 창암 이상만 선생님이 서예의 대가를 이룰 때까지 힘이 되어준 두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TIP극단 까치동창암 이상만 선생님이 서예의 대가를 이룰 때까지 힘이 되어준 두 여인의 이야기 공연 티켓공연장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7월 23일, 류지안 시민과 장충준 시민은 청라블루노바홀을 찾았다. 공연 시작을
2025-08-12 2025년 8월호 -
특별한 가게 : 나눔제작소
역사와 마음을 잇는 가게나눔제작소누군가는 소리 없이, 또 누군가는 용기 있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한다. 온라인 마켓나눔제작소는 바로 이러한 마음에서 시작된 곳이다. 따뜻한 나눔의 실천이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슬픈 역사가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제품에 담겨있다.사진. 김성재 포토디렉터나눔제작소에서 판매 중인 ‘희망나비 기억팔찌’액세서리에일상의 기부를 담다일상을 살아가는 곳곳에는 작지만, 깊은 의미를 간직한 공간이 있다. 나눔제작소의 박하은 대표도 원래 개인적으로 기부를 해오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더 많은 이에게, 더 진실하게 도움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직접 온라인 마켓을 열게 됐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던 그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 앞에 ‘이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라는 사명감을 품게 됐다. 이에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이 시대에 잊혀가는 분들을 기억하고자 액세서리 제작을 시작했다. 디자인이나 공예와는 인연이 없었던 박 대표는 오직 ‘기부’라는 확고한 목적을 갖고 나눔제작소의 문을 열었다. 그래서 액세서리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주제와 맞는 샘플을 찾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제품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테마’를 정한다. 테마를 정하면 이미지에 어울리는 펜던트 샘플을 찾아본다. 특히, 위안부 기부 후원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인기 제품인 ‘희망나비 기억팔찌’의 적합한 매듭 형태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고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착용할 수 있도록 매듭 모양을 연구한 끝에 이 모든 과정을 대표가 직접 수작업으로 해결
2025-08-12 2025년 8월호 -
문화 줌인 : 인천시향 제435회 정기연주회
기타로 빚어낸 슬픔 그리고 눈물언젠가 박규희가 고백한 가장 어려운 곡 중 하나가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이다. 클래식기타의 어려운 주법으로는 ‘화음 레가토’(화음을 한꺼번에 치면서 음을 이어가는 주법)를 꼽았다. 7월 11일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린 ‘인천시립교향악단 제435회 정기연주회’는 연주자의 예술적 도전이 어떻게 감동으로 승화하는지를보여준 무대였다. 클래식기타리스트 박규희.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비르투오소다. 알함브라 콩쿠르를 비롯해 모두 아홉 번의 국제 콩쿠르 우승을 기록했다. 벨기에 프렝탕 국제 기타 콩쿠르에는 최초의 여성 우승자, 최초의 아시아인 우승자라는 이력이 남아 있다. 이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는 인천 출신이다. 기타를 배우기 위해자기 몸집보다 큰 기타를 등에 메고 자유공원을 오르던 소녀였다.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사진. 김신중 ©Shin-joong Kim인천 출신 박규희 연주자의 인천 문화 저력을 표현하는 공연이 진행됐다.코랄 빛 드레스 곱게 차려입고 명기 프리드리히를 품에 안은 박규희가 라스게아도 주법으로 아랑후에즈 협주곡 1악장의 문을 열자, 콘서트홀 내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는 듯했다. 박규희의 작고 여린 손가락이 빚어내는 플라멩코 풍의 리듬과 선율은 상쾌하고 정열적이었다. 빠른 패시지와 빈번한 도약이 연주자에게 부담을 주는 1악장을 박규희는 섬세하면서도 힘 있고 간결하게 연주했다.시각장애인인 로드리고가 첫 아이를 유산으로 잃은 아픔을 담았다는 2악장. 그래서인지 처연하고 절절한 슬픔으로 가득 찬 곡이다. 도입부에서 클래식기타와 잉글리시 호른이 주고받는 애잔한 대화는 서로에 대한 위
2025-08-12 2025년 8월호
- 자료관리담당자
-
-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2
- 최종업데이트 2025-03-12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