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문화

굿인이 만난 사람 : 이관형 미추홀문화회관 관장

2025-04-04 2025년 4월호

기초예술이 튼튼해야, 

한 도시의 문화가 풍요로워집니다.


이관형 미추홀문화회관 관장


- 정년 앞둔 25년 차 관장의 소망, “퇴직 후에도 문화예술 텃밭 가꾸는 일꾼 되고파”

- 구도심에 문화 꽃피운 미추홀문화회관 이끌어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사진. 안영우 포토디렉터




문화의 울림을 심은 25년

“온 세상이여 우리를 축복해. 내 마음 빛이 되어 그대를 비추라~”

봄기운 완연한 3월의 어느 날 ‘미추홀문화회관’ 다목적실. 가곡 ‘첫사랑’을 부르는 중장년층 수강생들의 목소리가 더 없이 감미롭다. 한 명 한 명이 마치 무대에 오른 성악가처럼 진지하다.

“우리는 배우는 입장이니까 악보대로 부르는 게 원칙이에요. 나중에 독창을 하게 된다면 해석을 달리해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그 책임은 본인이 져야겠지요?”

조외숙 강사의 재치 있는 조언에 수강생들 사이에서 웃음꽃이 핀다. 이들은 진정 문화를 향유하는 듯했다. 이 훈훈한 장면을 25년간 지켜봐 온 사람이 있다. 정확히는 이 장면을 만들어 온 주역이다. 교육의 질, 회원들의 열정, 그 무엇하나 신도시의 문화시설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이관형 관장이다. 그는 2001년 6월 회관이 중구 참외전로 100(옛 인천여고 건물)에 처음 둥지를 튼 순간부터 지금까지 25년간 이곳을 지켜왔다. 그것도 관장으로만 재직했으니 어찌 보면 ‘장기집권’(?)이다. 이 특이한 이력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추홀문화회관은 인천시가 인천 예총에 위탁 운영하는 시설인데, 3년 단위로 위탁 관리계약을 한다. 그때마다 관장은 그의 몫이었다.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곡 첫사랑을 부르는 수강생들


퇴직 후에도 계속될 문화예술의 길

젊은 날, 그의 꿈은 연극배우였다. 그는 1984년 인천 극단 엘칸토 2기생으로 입단하며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연기자의 길은 녹록지 않았다. 배고픈 시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연기획자로 변신했다. 직접 무대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연극은 여전히 그의 운명이었다. 60여 편의 공연작품을 기획하고, 인천연극협회 사무국장을 맡아 전국 연극제를 처음으로 인천에 유치하기도 했다. 나아가 시립극단 기획담당 단원으로 활동하며 홍보와 마케팅으로까지 외연을 넓혔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회관에 몸을 담아,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중·동구 지역은 전국적으로도 문화환경이 가장 열악한 곳이었어요. 특히 회관 일대는 노숙자 천국이었지요. 이런 여건 속에서 회관이 문을 연 거예요. 문화예술 교육사업은 생소한 분야였지만 미래를 위해 도전했지요.”

그는 초대관장으로 부임하며 여타 문화시설과는 차별화된 강좌를 열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기초예술에 접근할 수 있는 강좌를 열면서 양보다 질을 중시했다.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생활 속에 문화예술이 녹아들도록, ‘홍예문 가는 길 야외 거리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개관 4년 차, 회관을 폐쇄하고 대신 주차 전용 복합용도 건축물을 짓는 계획이 세워진 것이다. 이에 수강생과 지역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했고 3,000여 명이 회관 존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결국 대체 공간 확보로 계획이 수정됐고, 회관은 인근 보건소 건물로 이전했다. 그러다가 당초의 개발계획이 무산되면서 2018년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회관을 지킨 셈이다. 현재 회원 수는 한 해 평균 4,000여 명. 개관 이래 10만여 명이 문화예술 교육을 받았다. 10만 명은 내년에 탄생하는 제물포구의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회관이 지역에서 독보적인 문화시설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관형 관장은 오는 6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25년간 몸담은 공간을 떠나지만, 그의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만큼은 전혀 식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기초예술이 튼튼해야 한 도시의 문화가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문화예술 텃밭을 가꾸는 든든한 일꾼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의 발자취가 가곡 ‘첫사랑’의 선율처럼 아름답게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2001년 개관한 미추홀문화회관






첨부파일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2
  • 최종업데이트 2025-03-12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