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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민 행복 메시지 : 칼럼

2025-04-04 2025년 4월호

#청춘, 

‘어마어마한 일’ 겪기를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두 남녀가 부부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단순하게 계산하면 50%입니다. 부부가 ‘되거나’ ‘되지 않거나’이니까요. 동전 던지기와 비슷합니다. 단순해서 좋기는 하지만 동전만큼이나 가벼운 계산법입니다.

그렇다면 좀 더 복잡한(?) 계산법을 적용해 보겠습니다. 먼저 두 사람이 만나기 위해서는 각자 사람으로 태어나야 합니다. 불교에서는 이 확률을 ‘맹구우목’(盲龜遇木)에 비유합니다. 바다 깊은 곳에 눈먼 거북이가 사는데 100년마다 한 번씩 숨을 쉬기 위해 물 위로 떠오릅니다. 그때 마침 구멍이 뚫린 판자가 바로 머리 위에 떠 있어 그 구멍에 목을 끼우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일종의 ‘도킹’입니다. 바다를 정처 없이 떠도는 판자의 구멍이 거북이의 머리에 한 치의 오차 없이 맞춰지는 시공간의 일치. AI를 동원한다 하더라도 이를 과연 확률로 계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태어난다는 것은 한마디로 기적입니다.

기적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두 남녀가 인연을 맺으려면 일단 대한민국에서 동시대에 살아야 합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각 남녀의 부모를 비롯해 윗세대들도 같은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결국 ‘맹구우목’이 무한반복 되다시피 해야 비로소 두 남녀가 만날 수 있습니다. 만난다고 해서 모두가 결혼에 골인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회적, 문화적, 개인적 요소 등 결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부부의 연을 맺을 확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계산법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남’과 ‘인연’의 의미를 톺아본다고 할 때 동전 던지기보다는 훨씬 사유적(思惟的)인 계산법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두 남녀가 만날 확률을 인위적으로 높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시가 그 시도를 합니다. 청춘남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입니다. 시는 오는 6월부터 24세~39세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연 5회 만남의 장을 마련합니다. 인천에 주민등록을 두거나 인천 소재 기업체에 다니는 직장인이 대상입니다. 매칭 커플이 만남을 이어가거나 결혼을 알려오는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인천시 거주 예비부부들을 대상으로 공공예식장을 무료로 대관해 주고 예식 비용 일부를 지원해 주는 사업도 펼칩니다.

‘삼포세대’란 말이 청년층을 대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인지 이들 사업이 꽤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이 대목에서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를 인용해 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사람이 온다’라는 표현에 깃든 함의 중 하나는 결혼이라고 자의적 해석을 내려봅니다. 이어드림과 맺어드림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힘입어 보다 많은 청춘남녀들이 ‘어마어마한 일’에 맞닥뜨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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