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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내가 사랑하는 인천

2020-02-28 2020년 3월호

 

음악이 살아 숨 쉬던 그 동네 길을 걸으며

 

글 김중석 지휘자

내 어린 시절은 화도유치원에서 시작된다. 부친께서 목재 사업 때문에 내가 네 살 때 인천으로 오시면서 지금의 화도교회 근처 화수동에 화도유치원 건물을 구입하셨다. 한옥 사랑채를 교회에 임대해 남궁 목사님이 초대 화도교회를 창립하도록 도움을 주셨다. 예배드릴 때 교회 안에 군정 때 쓰던 국방색 휴대용 오르간 소리와 함께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찬송가가 울려 퍼지니 네 살짜리 어린이가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예배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나면 오르간 앞에 서서 공기 페달도 밟고 건반도 누르느라고 애를 썼다. 다행히 주일학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결국은 학교종’, ‘반짝반짝 작은 별등을 칠 수 있게 되었고 나중에는 찬송가를 섭렵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그 신비한 금빛 오르간을 직접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고, 소리를 낼 수 있다니.

그 후 전도사님으로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아 인천중학교 때는 교회 중등부에서 성가대 반주를 하게 되었고 제물포고등학교 때는 바흐 인벤션’, ‘베토벤 소나타’, ‘쇼팽 임프롬투등을 연주했다. 그 당시에는 피아노 얻어 치기가 어려워서 송현 성결교회, 제물포고 음악실 등을 전전하며 새벽 예배 끝나고 연습을 하곤 했다. 어느 날 새벽, 피아노를 친다고 교회 목사님과 음악실 순찰 돌던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뺨을 맞은 기억이 난다.

! 그 새벽길. 그 후 고2 때까지 아버지 권유로 상과대학에 진학할 생각으로 음악 공부를 접고 입시 준비를 했다. 어느 늦가을 저녁 무렵 무심코 성덕관강당 앞길을 지나다가 낯익은 피아노가 눈에 띄어 소녀의 기도를 즉흥곡처럼 감정을 충분히 넣어 연주했는데 갓 부임해 오신 젊은 음악 선생님이 들으시고 음악을 전공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며칠 밤을 고심하다가 그분께 작곡을 배워 서울대 작곡과에 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곳이 바로 제물포고 정문 옆에 있는 성덕당근대 문화재 앞길이다.

그 당시 서울대 작곡과는 10명을 선발했다. 작곡과 학생들은 피아노 이외에 부전공으로 현악기를 의무적으로 이수해서 오케스트라 학점을 따야 했다. 지휘는 임원식 교수가 했는데, 그때 지휘라는 색다른 마법의 막대기를 발견한 것이다.

졸업 후 인천에 있는 미션 스쿨에서 5년간 교사로 근무하면서 오케스트라 연주 활동을 했다. 지금의 신포동 주민센터 건너편 인천시 공보관(현 월디어린이집)을 빌려 주머니를 털어가며 열심히 연주 준비를 했다. 연습이 끝나면 신포주점에서 평론가가 되었다가 연주가도 되었다가 하면서 열변을 토하곤 했다. 인천엔 19506·25전쟁 때 창단한 육군정훈악대 덕분에 앙상블 경험이 있는 연주자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지휘는 돌아가며 했는데 누군가의 권유로 결국 지휘를 맡게 되었다. 1947년 추운 겨울에 박수덕 씨가 인천관현악단을 애관에서 창단했고, 1962년에 작곡가 최영섭 선생이 인천음악애호가협회 관현악단을, 1965년 초에 인천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선배님들과 함께 신포동 인천시 공보관에서 창단하게 되었다. 그 후 윤갑노 시장 때인 196661일 인천시립교향악단을 창단했는데 바로 지금의 인성여고 체육관 자리인 1시민관에서였다. 그랜드 피아노가 없어 인천여고에서 빌려다 무대 위에 올려놓았는데 온 단원이 동원되었다. 손이 까지고 피가 났다.

 

요즈음은 응봉산 자유공원 가는 언덕길(일명 약데이) 초입 송학로 19번길 서재에서 수많은 사연들을 만나 그들과 교감하며 살고 있으니 아직 외롭지 않다. 그들 가운데는 교수도, 연주가도, 지휘자도 있으며 학생도 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이들과 자주 만나 음악을 담론하고 작품도 쓰고 앙상블도 지휘하고 싶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정원에 꽃나무 하나 더 심어야겠다.

    

 

 

인천 출신으로 초대 인천시향 지휘자, 단국대학교 음대 교수(학장) 역임. 대한민국 작곡상 등을 수상한 작곡자이자 지휘자, 교육자로서 현실 밖으로 밀려난 인천의 클래식 음악 환경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1974년 인천시민회관에서 열린

26회 인천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안내 리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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