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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천의 맛-신포시장 민어 골목

2020-07-31 2020년 8월호

여름, 단연 민어

인천 바다에서 민어는 사라졌다. 1920~1960년대 굴업도와 덕적도 바다를 누비던 민어는, 남쪽 바다 신안과 목포로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먹어도 맛있고 그리워지는 맛으로 남았다. 신포시장 오래된 골목,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역사를 이어가며.

글 정경숙 본지 편집장│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민어는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살, 부레, 껍질 모두 맛이 색다르다. 기름장에 찍어 먹어야 본연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복날을 하루 넘기고, 신포시장 민어 골목을 찾았다. 음식 냄새로 후미진 동네에 모처럼 활기가 인다. 민어는 여름 생선이다. 남해에서 겨울을 나고 7~8월 산란기에 서해 연안으로 올라온다. 이즘 민어는 살이 한껏 차오르고 맛이 꽉 들어차 몸값이 치솟는다. 그래서 예로부터 ‘일품 복달임 음식’으로 귀히 여겨졌다.
김종선(71) 할아버지는 복날인 어제, 신포시장 민어 식당에 자리를 예약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한 끼로는 아쉬워 오늘도 가게를 찾았다. “여름 보양식으로 민어만 한 게 없지. 이 집 역사가 긴데, 변하지 않고 맛을 간직해 왔어.” 입이 기억하는 추억은 질긴 법이다. 일흔한 살의 노신사는 30대부터 드나든 단골 음식점에서, 때론 달고 때론 쓰디쓴 하지만 행복했던 인생을 곱씹는다.


‘경남횟집’은 60여 년간 삼대가 신포시장을 지켜왔다. “처음엔 뚝배기에 민어탕을 담아 단출하게 팔았어요. 그러다 큰 냄비에 푸짐하게 끓여냈지요. 그때 쓰던 냄비가 아직 있어요.” 김연의(68) 씨는 1982년 시어머니가 하시던 식당을 이어받았다. 시장 한가운데 어시장이 열리면 상인들이 광어, 우럭, 민어를 사다 바로 회를 떠서 팔 때였다. 테이블 하나 있는 작은 횟집이 열 군데도 더 몰려 있었다. 경남횟집도 그렇게 시작했다.


아들 제형남(43) 씨는 장사하는 어머니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신포시장 한복판에서 자랐다. “할머니 가게에 있으면 손님들이 천 원짜리 한 장씩 손에 쥐어주곤 하셨어요.” 그때의 손님들은 여태 이 골목으로 발걸음을 한다. 그가 10년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묵묵히 가업을 잇는 이유다. 오늘 신포시장 골목에는 민어 전문점 단 네 곳이 남아 있다. 민어는 전남 신안 임자도와 목포에서 들여온다. 산지는 아니지만, 맛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사람들로 명맥을 잇고 있다.



민어탕은 ‘일품 복달임 음식’. 맛이 기름지면서도 담백하고, 농후하다.

민어는 성질이 급하다. 바다에서 잡아 올리는 순간 죽어버린다. 바로 피를 빼고 숙성시킨 선어鮮魚가 활어보다 맛있다. 주인장이 냉동고 얼음 무더기에서 이틀간 숙성시킨 민어를 꺼내 다듬는다. 네 뼘 이상은 되는 거대한 물고기를 다루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몸체는 배와 등 쪽 살로 이등분하고, 부레를 정성스레 손질한다. 껍질도 상하지 않게 포를 떠낸다. 그 정갈하고 야무진 솜씨는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았다.


요즘 민어 암컷은 알이 가득 차올랐다. 탕으로 끓이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 생선인데도 육고기 특유의 깊은 맛이 난다. 수컷은 윤기가 자르르 살이 찰지고 감칠맛이 돈다. 신선하게 회로 먹어야 제맛이다. 살결을 따라 두툼하게 썰어낸 뱃살과 등살, 그 위에 껍질과 부레를 가지런히 올린 한 접시. 부레는 ‘민어의 꽃’이다. 민어를 10이라 치면 부레가 9라고 했다.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껍질은 또 그대로 쫄깃쫄깃하고 고소하다. 뱃살은 담담하면서도 달짝지근 구수하다. 두툼한 민어 살이 깊고 묵직하게 입안을 파고든다. 그 옛날 민어가 나던 풍요로운 덕적 바다가 밀려든다.


‘경남횟집’의 어머니 김연의 씨와 아들 제형남 씨.
김 씨는 민어 파시로 흥청대던 덕적도 출신이다.


경남횟집
중구 우현로45번길 24-1 ⓣ 032-766-2388
신포시장 골목엔 경남, 화선, 덕적, 신포 네 곳의 민어 음식 전문점이 그 옛날 민어 파시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신포시장 민어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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