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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영승의 시선(詩선)

2021-02-01 2021년 2월호


남생이

1930년대 인천항 풍경 ⓒ화도진도서관


그러다 들키면 욕바가지를 들씌운다. 쓰레받기 몽당비를 빼앗긴다. 앙가슴은 떠다박질리고 채찍으로 얻어맞는다. 그러나 마차 뒤에 달라붙은 여인들을 향해 채찍을 든 마차꾼도 노마 어머니를 대하고는 그대로 멈춘다. 머리에 숙여 쓴 수건 아래 수태羞態를 품고 고개를 숙인 미목眉目이 들어앉은 아낙네가 노상路上 봉변을 당한 때 싶다. 마차꾼은 금세 언성이 숙는다. 욕이 농으로 변한다.
차츰 노마 어머니는 이력이 나서 자기가 먼저 선손을 쓴다.  



인천항이 무대인 현덕(玄德 : 1912~?)의 소설 <남생이>는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데, 그의 스승 김유정(金裕貞 : 1908~1937)의 1935년 역시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소낙비>에서처럼, 그리고 그 이전 1925년 1월 <조선문단>에 발표된 김동인(金東仁 : 1900~1951)의 <감자>에서처럼 조선인의 조선인에 의한 성적 수탈, 착취, 교환交換을, 3인칭 전지적 시점에서 그려내고 있다. 원인은? 물론 ‘가난’이다. 그리고 그들의 남편들은 하나같이 ‘무능’하다. 심지어 아내의 성적 타락을 묵인을 넘어 방조, 독려하기까지 한다. 
위 인용문은 선창(부둣가) ‘바닥에 떨어진 쌀’ 즉, ‘낙정미落庭米’를 쓸어 모으는 노마 어머니를 마차꾼이 때리려다가 못 때리는 장면이다. 그 ‘쓰레기꾼’들을 쫓는 게 소임인 ‘털보’도 그러한 노마 어머니한테는 막대기를 못 든다. 전지적 시점?
무수한 노마 어머니들에게 묻고 싶다.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내가 졸업한 인천 축현초등학교(일제강점기 인천공립심상소학교)의 응원가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제물포 앞바다에 갈매기 날고 자유공원 하늘 높이 흰 구름 떴네. 분명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제물포(인천) 앞바다엔 갈매기가 떠 있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김동인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되어 있다. 그런데 그런 걸 참고해서 뭐하냐. 갈매기들도 참고 안 하는데.



글 김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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