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인 이민 120주년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재조명하다
글·사진 김진국 본지 편집장
지금으로부터 꼭 120년 전인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항에선 어린이를 포함한 남녀 121명이 겐카이마루(玄海灘)호라 이름 붙여진 배에 올랐다. 하와이 사탕수수밭으로 향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자들이었다. 그렇게 일본 고베(神戶)에 도착해 신체검사를 통과한 102명만이 우리나라 최초 이민자들을 싣고 태평양을 건너갈 배 ‘갤릭Gaelic호’에 몸을 실었다. 이민자의 84%가 인천사람이었던 이유는 인천내리교회 교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3주 만인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Honolulu 땅을 밟은 이민자들은 가축 우리와 다름없는 ‘농막’에서 먹고 자며 하루 10시간씩 사탕수수밭에서 중노동을 해야 했다. 하와이 이민자들은 그렇게 번 돈의 일부를 고국 독립운동자금으로 보냈고, 그 후손들은 현지에 정착하며 견고한 한인 사회를 구축했다. 하와이 이민은 이후 멕시코, 쿠바, 러시아, 독일, 중국, 일본, 중남미 등지로 이어져 2019년 현재 해외 동포는 749만 명에 이른다.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 이민자가 제물포항을 떠난 지 꼭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건립한 한국 이민사박물관(관장 김상열)은 올해 ‘한국 이민사 120년’을 기념해 여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10월 인천에선 ‘디아스포라 120년 기념행사’가 열리며, 12월엔 하와이에서 ‘하와이 이민 120년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사진으로 보는 디아스포라 120년(한국 이민사박물관, 10~12월), 디아스포라 릴레이 작가전(인천아트플랫폼, 7~10월), 디아스포라 120주년 학술도서 발간 및 토크콘서 트(트라이보울, 11월)를 개최하며 10월 중 시청 앞 광장에 세계 도시거리 이정표를 제작 설치한다. 아울러 ‘문화예술로 보는 디아스포라 120년’ 영상을 제작하는 등 문화적 다양성, 역동성, 포용성을 품은 이주와 이민의 중심지 인천의 정체성을 재조명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 1월 13일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선 인천시립박물관과 인천글로벌시티 간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유동현(64) 인천시립 박물관장과 방화섭(57) 인천글로벌시티 대표는 협약에 따라 재 외 동포 교육과 한인 이민사 연구조사를 함께 해 나가기로 했다. 재외 동포들의 고국 이해와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한인 이민사와 관련한 자료 수집과 보존, 재외 동포와 한인 이민사 관련 자료의 연구조사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인천글로벌시티는 2014년 재외 동포들의 고국 내 정 주 환경 조성을 위해 설립된 ㈜송도아메리카타운이 2019년 이름을 바꾼 회사다.
유동현 관장은 “이번 협약으로 재외 동포들이 고국을 더 잘 이해하고 이민자들의 삶을 더 깊이 연구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 이민사 자료의 보존과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화섭 대표는 “재외 동포들의 권익 향상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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