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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골목 TM I⑧ 부평 평리단길

2023-02-02 2023년 2월호


시장이자 마을, 부평사람들의 삶,

평리단길


골목을 걷는 것은 동시대를 기억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다. 그 안에 우리네 삶의 오늘과 내일, 어제가 있다. ‘골목길 TMI’는 골목의 새로운 변화와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번 호에는 인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젊은 날의 낭만과 추억이 별처럼 박혀있는 ‘부평 문화의 거리(평리단길)’를 거닐었다.


글 최은정 본지 편집위원│사진 유승현 포토 디렉터


부평 문화의 거리(평리단길)의 저녁 풍경. 골목엔 대를 이어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 낭만과 추억, 새 시대를 열어가는 젊은이들의 일상이 공존한다.


​그의 노력과 땀이 밴 주판



1965년 가게를 이어받아 남창문구사를 키워낸 조광자 사장

“학창 시절 추억은 여전히 그 자리에”

Since 1945. 광복이 되던 해 부평시장 골목에 문을 연 ‘남창문구사’는 70년 넘는 시간 동안 대를 이어 온 오래된 가게다. 창업주 임덕용 사장은 부평시장에 좌판을 깔고 화장품인 ‘딱분’을 팔다가, 장사가 잘 돼 점포를 매입해 문구점을 시작했다. 처음엔 노트를 팔다가 점차 품목을 늘려 문구류뿐 아니라 벽지, 장판 심지어 단추, 실까지 팔았다.
오늘, 이곳의 주인은 임 사장의 며느리 조광자(79) 사장이다. 그는 서운동에서 태어난 부평 토박이다. 1965년 가게를 이어받아 부평 최대의 문구백화점으로 키워냈다. “제 평생을 문구점에 바쳤어요. 단 한 명이 찾는 물건이라도, 좋은 품질의 물건을 가져다 놓으려고 전심전력을 다했어요. 또 공책 한 권이라도 지역에 상관없이 배달을 해줬어요.”
부평에 학교가 하나둘씩 생기면서 20여 개의 문구점이 성업했던 시절도 있었다. 명절이면 부평수출산업공단 직원들도 죄다 학용품을 사들고 고향에 내려가 물건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젠 모두 흘러간 옛이야기지만, 그 시절을 기억하는 단골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 “꼬마가 어른이 돼서 오면 고맙고 반갑죠. 아이 손잡고 왔다가 본인이 어릴 때 쓰던 필기구를 찾기도 해요.” 골목길 풍경은 변했지만, 학창 시절 추억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남창문구사 부평구 부평대로32번길 13 | 032-503-8027


평리단길의 유일한 철물점, 강남철물


“골목 상권이 살아나 뿌듯해요”
평리단길의 유일한 철물점인 ‘강남철물’. 1998년도에 문을 열어 올해로 25년째 영업 중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박미애(60) 사장은 사촌 동생 내외가 운영하던 철물점을 6개월간 교육받고 인수했다. 철물의 ‘철’자도 모르고 사업을 시작한 그는 이제 부평시장상인회 평리단길의 부회장으로 골목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골목 상권을 살리려고 상인 모두 한마음으로 노력했어요. 도무지 이기지 못할 것 같은 공룡 기업과도 겨뤄야 했고, 주말마다 벼룩 시장을 열어 사람들의 발길을 되돌리려 무던히 애썼습니다. 어느새 25년이네요. 이곳이 활기를 되찾아 뿌듯합니다.”
강남철물 부평구 부평대로38번길 17 | 032-503-8687

평리단길에서만 맛볼 수 있는 ‘크롤’


“크루아상을 돌돌 말아 구운 ‘크롤’이 대표 메뉴”
크루아상을 돌돌 말아 바삭한 식감을 살린 ‘크롤’. 그 위에 생크림, 캐러멜, 과일을 켜켜이 얹은 앙증맞은 모습에 식탐이 한껏 달아오른다. ‘더즌매터’는 평리단길의 수많은 디저트 카페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핫 플레이스다. 나영진(28) 대표가 직접 개발한 크롤이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곳을 시작으로 인천 전역에 더즌매터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2월에 롯데백화점 인천점에 팝업 스토어를 운영해요. 많은 분의 발길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더즌매터 부평구 부평대로38번길 281 | 070-8860-4926


티카페620의 마스코트, 나나. 손님에게도 곁을 내어준다.

“유기동물 제로를 꿈꾸는 ‘티카페620’”
따뜻한 향과 인테리어로 심신을 스르르 녹여주는 ‘티카페620’. 세라믹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는 길소영(30) 작가가 운영하는 카페다. 도자기와 차 그리고 그에 걸맞은 전통 디저트가 함께 있는 곳이다. 화과자, 양갱, 약과 등 ‘할매니얼’의 입맛을 사로잡은 전통 디저트 덕에 젊은 고객의 발길이 잦다.
공간 이름의 ‘620’은 ‘유기동물 제로’란 뜻을 담고 있다. 카페에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며, 작가의 반려견 ‘나나’도 상주하고 있다.
티카페620 부평구 부평문화로71번길 28 1층 | 0507-1430-0620


스케이트보더들의 아지트, 라이엇 스케이트 숍의 김경호 대표

“인천에서 올림픽 국가대표가 나오길 바랍니다”
‘라이엇 스케이트 숍RIOT SKATE SHOP’은 전국에 몇 안 되는 스케이트보드 전문 매장이다. 부평역 광장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며 학창 시절을 보낸 김경호(38) 대표는 9년 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국내에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스케이트보드 행사 기획자로서도 종횡무진하며 국내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스케이트보드가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우리 인천에서 국가대표가 나올 때까지 곳곳을 누빌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인천의 꿈나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공시설이 확충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라이엇 스케이트 숍 부평구 부평대로38번길 18-1 | 070-7368-4437


평리단길에 전자음악의 씨앗을 뿌리고, 분연히 키워내고 있는 김태연 대표


“전자음악의 세계는 무궁무진”
창작 공간 ‘베이지’는 베이킹하는 아내와 전자음악을 하는 남편의 아지트이다. 아내가 운영하는 베이킹 숍 ‘베이지 케이크’ 위층에서 전자음악 작곡가이자 공연·전시 기획자 겸 디제이로 활동하는 김태연(38) 대표가 공연, 전시 등을 펼친다. 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전자음악 디자인과 디제잉 수업도 진행한다.
그의 꿈은 인천 출신 전자음악가들의 모임을 결성하는 것. “새로운 음악 시장이 열렸어요. 미술과 전시,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자음악이 각광받고 있어요. 창작자, 시민, 관이 협력해 문화의 씨앗을 심고 길러내기 위한 각자의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평리단길에서 이 문화를 꽃피우는 게 제 욕심입니다.”
베이지 케이크 부평구 부평대로36번길 30-1 | 0507-1376-7898


커텐 홈패션 거리의 터줏대감, 우성홈패션


“한결같이 최선을 다해요”
‘우성홈패션’은 ‘커텐 홈패션 거리’의 터줏대감이다. 박순단(68) 사장은 35년 전 아이들 키우며 용돈도 벌고 살림에도 보탤 요량으로 홈패션을 배워 가게를 열었다.
“1990년대에 이미 솜씨 좋은 사장님들이 자리를 잡아 커튼 골목으로 유명했어요. 주문이 밀려들어 샛별이 뜰 때까지 바느질을 할 정도였어요.” 그 시절에 비하면 찾는 이가 줄었다. 하지만 오래도록 그를 찾는 오랜 고객처럼 그 역시 한결같이 최선을 다한다.
우성홈패션 부평구 부평대로36번길 14-1 | 032-528-4015


50여년 동안 의복을 지은 장혜원 사장


“한 땀 한 땀 행복을 염원하는 한복”
장인의 손길 따라 비단 옷감의 직선과 곡선이 이어진다. 정성을 들인 꼭 그만큼 맵시가 드러나는 한복. 저고리 앞자락의 단아한 깃과 섶, 소매 아랫부분이 넓고 둥근 곡배래에서 그의 정교한 솜씨가 묻어난다.
장혜원(68) 선생은 10대 시절부터 옷을 지었다. 양장점에서 일하다 그의 나이 서른여덟에 전통 의복을 시작했다. 하루 대부분을 실, 바늘과 함께 깁고 꿰매며 보낸 세월이 벌써 50여 년이다. “한복은 결혼이나 잔치 등 경사로운 날에 입잖아요. 입는 이의 행복을 염원하며 한 땀 한 땀 진심을 새겨 넣었어요.”
그는 요즘 전통을 지키며 실용성을 높인 한복 디자인을 연구 중이다. 인증샷을 남기려고 한복을 대여하는 손님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복을 입으면 특별한 기분이 들지요. 16세기엔 여성들의 저고리 길이가 길고 품도 넉넉했어요. 이를 재현하면 활동하기에도 편안한 디자인이 가능해요.”
장혜원한복연구소 부평구 부평대로36번길 12-1| 032-508-0625



사진 한 컷,
인천의 기억

평리단길의 역사는 1950년대 미군기지 애스컴시티ASCOM City에서 흘러나온 물건들이 유통되던 양키 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너도나도 구하고 싶어 한 딱분(화장품), 커피, 군복 등 다양한 미제 물건이 좌판에 내어졌고, 1970년대 부평수출산업공단이 들어선 후에는 노동자들의 생필품이 팔려나갔다. 이후 의류 상점과 함께 음식점, 카페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젊음의 거리’로 이름을 알렸다. 오늘날 시장이자 마을, 부평 사람들의 삶인 골목엔 대를 이어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 낭만과 추억, 새 시대를 열어가는 젊은이들의 일상이 공존한다.



(사진 제공 복화루 이장제 3대 사장)


문구점 ‘남창문구사’와 중국음식점 ‘복화루’는 부평의 오래된 가게로 손꼽힌다. 1945년부터 가업을 이어 온 두 곳은 지금 평리단길에서 사이좋게 마주보고 백 년의 역사를 쓰고 있다. 남창문구사는 1974년 현재 위치에 자리잡았고, 복화루는 1980년에 건물을 올렸다. 사진은 1대 이복충 사장과 가족들이다.




​(사진 제공 부평구청)


‘평리단길’은 부평시장 상인들의 희망으로 탄생했다. 1978년 부평지하상가 시대가 열리고, 대형 백화점(1978)과 대형마트(1995)까지 들어서며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상인들은 골목을 살리기 위해 1998년 ‘부평문화의 거리’를 조성했다. 무던히 애쓴 지 20년, 몇 년 전부터 청년들이 모여들며 활기를 되찾았다.



1990년대 커튼과 홈패션 거리로 명성을 날렸다. 어떤 가게는 문을 닫기도 했고, 어떤 가게는 분연히 자리를 지켜냈다. 그 수가 줄긴 했지만, 아직도 알록달록한 원단과 실타래로 가득한 가게들이 눈에 띈다. 사진은 35년 전통의 ‘우성홈패션’의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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