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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트렌드 인천 2023 ④ 지구를 위한 채식 한 끼

2023-04-03 2023년 4월호


오늘의 식탁이

미래를 바꾼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채식주의 트렌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완전한 채식인 비건
(vegan), 해산물까지는 먹는 페스코(pesco), 우유와 달걀을 먹는 락토-오보(lacto-ovo) 등 채
식의 유형도 다양하다. 한국채식연합(KVU)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 명에 달한다. 2008년에 비해 10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제 비건은 식성이 유별난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오늘의 식탁이 내일을 바꾼다’는 신념을 품고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일 뿐이다.

글 최은정 본지 편집위원│사진 유승현 포토 디렉터


양송이채소구이
알록달록한 채소와 양송이를 오븐에 구운 채식 플레이트



일용할 양식(Our Daily Meal)
‘건강한 채식 한 끼’로 채운 일상

채식 브런치 카페 ‘일용할 양식’의 임규한(35) 셰프는 판교에서 유명한 마카롱 카페를 운영했었다. 알록달록 예쁘고 달콤한 마카롱은 인기가 좋았고, 임 셰프도 즐겨 먹었다. 그렇게 카페를 운영한 지 1년, 체중이 100kg을 넘어섰다. 온몸이 찌뿌둥하고 쉽게 지쳤다. 그의 나이 고작 서른, 고진감래를 믿으며 쉼 없이 달렸지만 한번 잃어버린 건강은 돌아오지 않았다.
가게를 모두 정리하고 2018년 구월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 동네 카페를 열었다. “건강을 되찾으려고 채식을 시작했어요. 카페 메뉴도 지중해 스타일의 브런치로 바꿨고요. 같은 가격이면 몸에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선한 토마토, 가지, 버섯을 켜켜이 얹은 후 올리브유를 둘러 오븐에 구워낸 ‘라타투이’, 쫄깃한 감자뇨키와 버섯을 담백하게 구운 ‘채식 파스타’ 등이 이곳의 메뉴다. ‘양송이채소구이’도 든든한 한 끼로 충분하다. 무엇보다 건강하다.


“채식을 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려요. 알록달록한 색감에 한 걸음, 다채로운 식감과 맛에 또 한 걸음 다가가게 됩니다. 싱싱한 자연의 재료에서만 얻을 수 있는 건강한 에너지가 있다고 믿어요.” 채식 지향 5년 차, 무기력을 훌훌 털어낸 그에게서 봄 햇살 같은 생기가 흘러넘친다.


채식 브런치 카페 ‘일용할 양식’의 임규한 셰프


카페의 친환경 제품들


구월동 문화예술회관 서쪽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일용할 양식(Our Daily Meal)’은
건강한 채식 위주의 브런치를 판매한다. 비건 메뉴 선택이 가능하다.


최안나 비건 인플루언서
음식·문화·윤리까지 식습관을 넘어선 ‘비거니즘’

비건 인플루언서 최안나(36)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인체의 신비전’을 관람한 이후 비건이 됐다. “내가 먹는 음식이 생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외면할 수 없었어요.”
열 살 때부터 완전 채식을 이어온 그는 166cm의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했다. 그는 채식을 넘어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다. 먹는 것, 입는 것, 바르는 것 모두 동물성 성분이 포함된 것을 피하는 삶의 방식이다. “비건이 되면서 내가 선택한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이 직간접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관심을 갖게 됐어요. 동물실험, 공장식 축산업과 환경 파괴…,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식탁 밖으로까지 연결됐어요.”
그에겐 남의 생명을 빼앗거나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의식주 생활이 ‘자연스럽다’. “농장 동물 대부분이 생후 6개월 안에 도살돼 식탁에 오릅니다. 오늘 우리의 식탁은 자연스러운 걸까요?”
그는 개개인의 인식과 문화가 변하다 보면 산업이 움직이고, 자연스럽게 정치가 변하게 될 거라 믿는다. “채식 식당과 비건 제품이 다양해지고, 탄소세와 육류세가 도입되고, 제로 웨이스트가 기본이 되는 미래를 그려봅니다.”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미래를 바꿀 기회가 매일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우리 모두가 얼마나 굉장한 힘을 가졌는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삶의 모든 영역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최안나 씨

‘비거니즘(veganism)’은 동물 착취와 학대를 최소화하려는 삶의 방식이다.

식습관을 넘어 문화, 윤리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동물에게 무해한 삶을 실천한다.


서구 인천석남초등학교
매주 목요일은 ‘페스코 채식하는 날’

“감자옹심이가 쫄깃쫄깃하고 맛있어요.”(박시윤, 석남초 5학년 3반) 길쭉한 급식실 식탁 한가운데 앉은 시윤이가 감자옹심이를 한 숟가락 듬뿍 뜨며 말했다. 이어 빨간 파프리카를 젓가락으로 집어 아삭아삭 맛있게 씹어 먹는다. 식판에는 고기 반찬 대신 감자옹심잇국, 코다리찜, 오징어무말랭이무침, 총각김치, 샐러드, 청포도가 자리 잡았다.
인천시 채식선도학교로 지정된 석남초등학교는 매주 목요일 페스코 식단을 운영한다. “페스코는 생선, 알, 유제품 등은 먹는 채식입니다. 식단에 해산물이 포함되어 있어 거부감이 적어요.” 임혜란(36) 영양교사는 급식 식단을 짜고 기후 위기와 식생활의 관계에 대한 환경교육을 지속해 학생과 학부모의 이해를 돕고 있다.
올해로 채식선도학교 3년 차. 그는 “고학년 학생들은 지나친 육식이 낳은 공장식 축산업, 화전 개간, 온실가스 배출 등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인식하면서 채식 식단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학년 학생에게 채식 급식날 기분을 물어보았다. “뿌듯해요. 채식 급식을 먹으면 동물들의 생활환경이 건강해지고, 나무를 좀 더 많이 가꿀 수 있대요. 그러면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어요.”(유민서, 석남초 5학년 1반) 민서의 생각은 곧고 단단했다. 실제로 아마존 벌목의 91%가 축산업과 유관하다. ‘우리 식습관이 미래의 날씨를 바꾼다’는 명징한 의제를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인천석남초등학교 임혜란 영양교사와
5학년 1반 유민서, 5학년 3반 박시윤



인천시와 교육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채식선도학교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달걀, 생선, 해산물 등은 허용하는 페스코 단계의 채식 급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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