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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천의 아침 - 칼럼

2023-11-13 2023년 11월호

그해 여름, 함께했던 너희에게···
여전히 마음껏
‘상상’하고 있니?


상상공작소 개항장 탐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모습


글 배성수(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기억하니? 뜨거웠던 여름날 박물관과 만난 네 번의 토요일을. 벌써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스무 명 남짓 모였던 너희 모습이 이젠 희미한 실루엣으로 남아 있지만 처음 만났을 때 힘들고 지쳐 보이던 표정은 또렷이 생각나. 그런 너희에게 난 마음껏 ‘상상’하라고 외쳤지. 설상가상 에어컨까지 말썽이어서 모두가 힘들어했잖아. 다음 시간에 과연 몇 명이나 빠질까 걱정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다음 주에도 어김없이 박물관을 찾아주던 너희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무엇이 너희를 다시 박물관으로 이끌었을까? 마지막 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어. 모든 과정이 끝나고 돌아가며 소감을 말하는 시간에 너희 중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지. 아침부터 학원을 돌아야 하는 주말이 평일보다 더 싫었는데 박물관에 오면서 토요일이 기다려졌다고. 다음 주부터 토요일이 다시 싫어질 것 같다고.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 청소년 교육은 무언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너희에게 잠시나마 쉴 틈을 주어야 하는 거라고 말이야.

처음엔 반대도 많았단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학입시 준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너희에게 박물관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고민도 깊었어. 어느 박물관이건 청소년 교육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을 때였거든. 변화가 필요했지만 이미 ‘꼰대’가 되어버린 우리가 너희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 무언지 알 수는 없었지. 선생님, 부모님, 대학생, 너희 또래 아이들과 몇 차례 간담회를 거듭하면서 틀에 박힌 주입식 교육보다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그 상상력과 창의력이 너희 앞에 놓인 수많은 삶의 장벽을 부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 기대했어. 한편으론 너희가 나고 자란 도시 인천을 좀 더 깊이 이해시켜야 했지. 그렇게 해서 1학년 때는 인천의 공간을 이해하는 체험 위주의 ‘상상공작소’ 교육, 2학년이 되어선 박물관과 인천을 SNS로 홍보하는 ‘상상서포터즈’ 활동, 대학생이 되면 너희의 경험을 살려 다시 후배들 멘토링을 맡아주는 ‘상상발전소’ 동아리로 이어지는 10년에 걸친 ‘상상프로젝트’의 틀이 완성된 거야. 너희가 첫걸음을 잘 디뎌준 덕분인지 시간이 지나며 예전보다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어. 또 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너희 소식을 들으면 보람을 느끼기도 해.

11년이 지난 지금, 입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박물관에서 청소년 교육은 여전히 어려워. 너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입학사정관 제도가 폐지되고, 생활기록부에는 교내 활동만 기재할 수 있게 되어서 그때만큼 아이들이 많이 모이지 않고 있거든. 다행인 것은 얼마 전 인천광역시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꿈이음대학’ 프로그램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야. 교육청과 함께하는 사업이니만큼 학생들 모집이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아마도 내년에 들어올 후배들도 너희만큼이나 마음껏 ‘상상’하며 인천 곳곳을 부산스레 누비고 다니겠지.


그래, 너희는 어때? 여전히 마음껏 ‘상상’하며 살고 있니?



인천시립박물관에서는 2012년부터 인천 시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 ‘상상공작소’를 운영하고 있다.



배성수(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 서울에서 태어나 인하대학교를 졸업한 뒤 인천시립박물관에서 27년째 학예사로 일하고 있다. 조선시대 강화도 관방 체제를 주제로 학위를 취득했고, 최근에는 근대기 인천 도시 공간 변화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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