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IncheON : 숨과 결
숨과 결. 시간이 멈춘 듯한 자리, 오래된 숨결이 흐른다.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갯벌의 주름에는 바다가 지나간 시간이 새겨지고,
벽돌의 거친 표면에는 세월의 무게가 내려앉는다.
길 위의 발자국은 지워지지 않을 기억을 남기고,
머물렀던 순간의 온기를 품는다.
결은 이어지고, 숨은 스며든다.
손끝으로 시간을 거슬러 기억을 더듬는다.
도시의 숨결을 어루만지며, 겹겹이 쌓인 시간 위를 걷는다.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가 소리 없이 새겨진다.
결은 기억 속에 머물고, 그 숨결로 도시는 다시 깨어난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황산도. 폭설과 해일이 지나간 자리,
얼어붙은 대지가 깊고 선명한 흔적을 안고 있다.
동검도. 갯벌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에 자연이 그린 추상화.
물길과 무늬 속에 푸른 바다의 시간이 머문다.
소야도, 죽노골해변. 거친 파도가 밀려와 모래사장을 휘감는다.
부서지는 물결 속에 바다는 새로운 숨결로 피어난다.
썰물이 지나간 자리,
물결은 선을 그리고 지우며 거친 흔적을 남긴다.
바다는 밀려오고 물러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결을 새긴다.
거센 파도가 조각상에 부딪히고,
물보라는 춤추듯 흩어지다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자연은 멈추지 않는다.
부서지고 흩어지면서도 흔적을 남기고,
다시, 새 숨을 틔운다
동검도. 썰물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결.
거센 물살이 새긴 날카로운 흔적을 갯벌은 가만히 품어 안는다.
모도, 파도를 품은 손.
거센 파도가 조각상에 부딪혀 흩어진다.
쉼 없이 밀려오는 바다는 거친 숨결을 토해낸다.
강화군 인근 황산도.
드러난 물길 위로 시간의 숨결이 고요히 스며든다.
갯벌 위, 물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햇살이 내려앉고 물빛은 잔잔히 흔들린다.
갈대는 바람에 몸을 기대고,
땅과 물은 서로를 다정히 어루만진다.
물기 어린 대지 위에 남겨진 기억들,
지난날의 이야기가 조용히 다가와 마음을 두드린다.
소래습지생태공원, 안개에 잠긴 갈대밭.
아침 햇살이 스며들고, 세상은 조용히 첫 숨을 틔운다.
쓰러지고 다시 세운 담벼락.
찬 바람이 스치고 햇빛이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낡은 벽은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조용히 숨을 고른다.
햇살이 거친 표면을 타고 흐르며, 오래된 기억을 어루만진다.
어둠 속에서도 빛은 머물러, 남겨진 이야기를 비춘다.
도시의 시간은 그렇게 쌓여 간다.
거칠지만 단단하게, 무겁지만 따스한 온기를 품으며.
개항장 ‘한국근대문학관’의 옛 건물.
거친 벽돌과 균열된 콘크리트 사이로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며, 120년 시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빛을 품은 공간, 개항장 ‘이음 1977’의 실내 조명.
따스한 빛의 숨결이 어제와 오늘을 하나로 이어준다.
바다는 밀려오고 물러서며 갯벌 위에 흔적을 남긴다.
물길은 섬세한 핏줄처럼 번지고,
시간은 그 사이로 낮은 숨결처럼 스며든다.
햇살이 기울면 갯벌은 금빛으로 물들고,
물길의 흔적은 반짝이다가 잔물결 속으로 스러진다.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파도처럼,
결은 흐르고 숨은 이어진다.
수평선 너머, 바다는 조용히 숨을 고른다.
모든 것을 품고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갯벌과 바다. 스치고 멀어지면서도, 끝내 하나의 숨결로 맞닿는다.
강화군 초지리, 갯벌의 결.
낮은 조수에 드러난 물길이 햇살 속으로 스며든다.
시간은 그 위에 보이지 않는 발자국을 남긴다.
무의도 앞, 바다의 숨결 잔잔한 파도 위로 빛이 반짝인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 바다는 고요히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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