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IncheON : 경계를 넘어
경계에 서서
잠시
멈추었다, 다시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떠나고 머무는 그 자리에서’, 인천국제공항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아침 햇살이 번진다. 발길은 멈춰 있지만, 시선은 이미 먼 곳을 향한다.
떠나야 하는가, 머물러야 하는가. 그 선택의 끝에서, 새로운 길이 열린다.
‘경계를 가로지르는 빛’, 인천대교
햇살이 노을로 부서져 다리를 타고 흐른다.
철제 구조물 사이로 스며든 빛이 길을 밝힌다. 그 어디로 향하든, 길은 이어진다
경계의 순간
머무를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
경계에 선다.
발밑의 땅은 여전히 단단하지만,
한 걸음 내디디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공기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빛은 낯선 각도로 기울며, 소리는 점점 잦아들고 바람은 방향을 바꾼다.
익숙한 세상에서 멀어지는 순간, 문득 깨닫는다.
무엇을 놓아야 하고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가.
어디까지 머물러야 하고 어디서부터 나아가야 하는가. 흐릿했던 경계가 비로소 선명해진다.
우리는 매 순간, 경계 속에서 살아간다.
밤은 낮을 지나고 계절은 다시 계절을 부른다. 과거는 붙잡으려 하고 미래는 다가오라 한다.
그 흔들림 속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그러나 결국 길은 앞을 향해 열려 있다.
‘빛을 품은 도시’, 송도국제도시
황금빛 마천루가 저녁 햇살을 머금고 반짝인다.
물 위로 드리운 그림자는 또 하나의 도시를 만든다. 경계를 넘어, 빛과 도시가 하나로 이어진다.
‘경계의 끝, 바다가 머무는 자리’, 무의도 하나개해변
밀물이 지나간 자리, 고요가 내려앉는다.
모래와 바다, 하늘과 지평선이 흐릿하게 맞닿은 풍경. 그곳에 같은 곳을 바라보며, 두 사람이 서 있다.
그럼에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주저한다.
공항의 유리 벽 너머, 낯선 도시의 불빛이 아득하게 번진다.
예정된 이별, 마지막 인사.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남겨진 손짓이 묻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뒷모습, 점점 희미해지는 그림자.
갯벌과 바다가 맞닿은 자리.
경계를 가르는 건 단지 밀물과 썰물의 흐름뿐.
바다는 물러섰다가도 다시 다가와 흔적을 남긴다.
경계는 벽이 아니다.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이 맞닿아 새로운 여정이 시작될 뿐.
한순간 숨을 고르고 저 멀리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발을 내디딘다.
‘경계를 넘어, 미지의 세계로’, 인천국제공항 인근
비행기가 노을빛 하늘을 가르며 힘차게 솟아오른다.
땅을 박차야 길이 열리고, 날아야 새로운 지평이 펼쳐진다.
경계를 넘어
다시, 앞으로
강은 흐른다. 그러나 같은 물길을 두 번 지나지 않는다.
바다는 잠시 물러설 뿐, 이내 밀려와 흔적을 새긴다.
도시는 낮의 그림자를 지우고 조용히 새벽을 맞는다.
멈추는 듯하여도 다시 움직인다.
다만, 속도와 방향이 달라질 뿐이다.
두 계절이 맞닿은 길목.
겨울의 잔영이 흐릿하게 남아 있고,
봄은 스리슬쩍 다가와 부드러운 온기를 흩뿌린다.
발을 내딛는 순간, 계절은 소리 없이 스며든다.
도시의 끝, 불빛이 닿지 않는 골목.
빛이 사그라진 자리에는 적막이 내려앉는다.
잔잔하던 오후의 빛이 기울고 저무는 하늘이 서서히 깊어진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길은 사라지지 않는다.
경계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내일이 시작되는 자리다.
한순간 멈추면 지나온 길이 보이고,
한 걸음을 내디디면 또 다른 길이 열린다.
해 질 무렵, 기차역 플랫폼의 끝자락.
기적이 울리고, 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의 발길이 엇갈린다.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기차는 이미 떠난 뒤다.
기적 소리가 멀어지다 마지막 햇살에 묻혀 사라진다.
기차는 떠났지만, 남겨진 자리에는 새로운 발걸음이 머문다.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어둠을 천천히 밀어낸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침내, 경계를 넘어 새벽이 열린다.
어둠이 물러나고, 아침 햇살이 도시의 여백을 채운다.
그리고, 한순간의 고요.
밤의 마지막 숨결을 지나, 떠오르는 빛을 향해 나아간다.
‘수평선 너머로 스며드는 빛’, 을왕리 선녀바위 해변
구름을 헤치고 황금빛 햇살이 바다 위로 번진다.
저무는 태양은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 조용히 길을 밝힐 뿐.
‘길 위의 순간’, 공항철도 운서역
여행자들이 가는 길을 재촉한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플랫폼, 멈춰 선 발걸음도 떠나는 기차도, 시간 속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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