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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IncheON : 바람이 머무는 시간

2025-09-06 2025년 9월호

바람의 

첫 숨, 

도시를 깨우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소래습지생태공원, 바람이 가장 먼저 깨어나 하늘의 길을 연다.



붉은 날개가 하늘을 팽팽히 밀어 올린다. 

풀잎이 한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고,  수면은 은빛 물결을 그리며 흔들린다. 

그 속에서 바람은 보이지 않는 이름을 남긴다.


그 순간, 습지는 다른 호흡을 품는다. 

돛처럼 당겨진 천이 공기를 가르고, 

갈대는 가느다란 떨림으로 서로의 숨을 잇는다. 

람의 숨결이 바람과 스치는 찰나, 계절은 온도를 바꾼다. 


도시는 아직 불빛 속에 잠들어 있지만, 바람은 먼저 눈을 뜬다. 

날개 끝이 그어낸 고요한 곡선 위로, 

초가을의 첫 숨이 번져 간다.


송도국제도시의 아침, 바람이 먼저 도시에 길을 놓는다.



송도센트럴파크, 달리는 숨결 위로 바람이  함께 스쳐간다. 


억새 사이로 스며든 햇살, 그 사이로 바람 한 점이 머문다.



이른 아침, 

바람이 머문 자리 


송도국제도시의 아침, 거리는 아직 얕은 숨에 잠겨 있다. 

햇살은 비스듬히 걸려 있고 바람이 먼저 길 위를 지난다.


들숨이 가슴을 두드리고 날숨은 바람 속으로 흩어진다. 

걸음을 옮길수록 도시의 숨결이 천천히 깨어난다.

달리는 발끝이 차가운 공기를 가른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고요하다.

그림자가 길게 눕고 바람은 건물과 나무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풀잎 끝 물방울이 흔들릴 때, 빛은 잘게 부서져 초가을의 기척을 전한다.


잠결에 머물던 거리가 마침내 숨을 고른다. 

한 사람의 발자국이 도시를 깨우고,

그 위에 머문 바람이 하루의 첫 숨을 틔운다. 


햇살을 머금은 바람개비가 숲길의 아침을 연다.


종이비행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자, 아이의 웃음이 하늘로 번져간다.


수인선 바람길숲, 사라진 선로 위에 이 순간 행복과 웃음이 머문다.



햇살과 바람,

아이들의 웃음에 번지다 


햇살을 머금은 바람개비가 천천히 돌아간다.

푸른 잎 사이로 스며든 바람이 작은 손끝에 머물다, 웃음 속으로 흩어진다.


종이비행기가 숲길 위로 가볍게 날아오른다.

뒤따르는 발자국이 오래된 길 위에 톡톡 새겨진다.

기차가 떠난 자리는 숲으로 남았고, 

이 순간 햇살, 바람, 아이들의 숨결이 그 위를 나란히 지나간다.


수인선 바람길숲.

바람은 잠시 머물다 흘러가지만,

짧은 웃음은 나뭇잎에 맺혀 흔들린다. 

스쳐 간 순간들이 모여, 사라지지 않을 시간을 남긴다. 



왕산 앞바다, 저무는 빛 속에서 돛이 바람을 품고 몸을 기운다. 


을왕리 해안. 풀잎과 바다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하루의 끝, 

바람이 남긴 길


해가 수평선에 천천히 몸을 기댄다.

물결 위로 햇살이 조각조각 부서져 흩어진다. 돛은 바람을 따라 기울며, 

멀어지듯 나아가다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진다.


돛 줄은 바람에 흔들리며 하루의 여운을 붙잡고, 선체는 물살에 몸을 맡긴 채 유유히 흘러간다. 

저 멀리 섬은 점점이 멀어지고

파도는 낮은 숨결처럼 솟았다가 이내 스러진다. 


아침 길을 열던 바람은, 

하루의 끝에서 또 다른 길을 남긴다. 

육지에서 바다로, 하루가 그 길을 따라 지나간다.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

스쳐 간 자리마다 기억을 새기고, 그 흔적은 곧, 내일의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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