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산사
오월의 산사 맑고 깊고, 그윽하여라봄물이 한창 올랐다. 맑은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봄꽃이 둥둥 떠다닌다. 맑고 깊은, 오월의 산사로 향한다. 불자가 아니어도 좋다. 마음의 위안을 찾는 이라면 누구라도 기꺼이 품에 안으니, 예서라면 잠시 모든 걸 내려놓아도 된다.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류창현 포토 디렉터봄, 하늘에서 본 전등사.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을 매달고 있다.“똑똑 또르르륵, 똑똑 또르르륵….” 전등사傳燈寺 봄바람에 실려온 목탁 소리가 산사를 깨운다. 은연히 흔들리는 풍경 소리. 세상 모든 소음이 사그라든다. 부슬부슬 내리던 이슬비도 소리를 낮춘다.천년 고찰, 그 안엔 육백 살, 오백 살 나이 든 은행나무가 있고, 큰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깊고 그윽한 숲이 있다. 봄이면 도처에 꽃 무리가 진다. 밀려드는 꽃향기. 아, 봄이 무르익었다.성문을 지나 경내에 다다른다. 다사한 햇살 사이로 대웅전大雄殿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요한 산사, 처마 끝 풍경 소리가 한가롭다. ‘텅 빈 충만.’ 비움으로써 채운다. ‘없음’으로 ‘있다’. 집착과 욕심, 어리석음을 버리면, 그 안에 기쁨과 행복이 차오른다. 밖으로 향하던 마음이 조금씩 내 안으로 움직인다.마음의 도량을 닦으며 ‘비움으로써 채운다’.꽃이 진 자리에 연등이 피어났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 보문사普門寺 중턱 마애석불 가는 길엔 425계단이 가파르게 나 있다. 기도처로 향하는 길이 이렇듯 험한 건, 자신을 낮추고 돌아보라는 뜻일 테다. 바깥세상에서 멀어질수록 시끄러웠던 마음이 잠잠해진다. ‘나를 찾고 싶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 바랍니다’…. 눈썹바위 아래 차가운 돌바닥
2022-05-02
2022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