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2023 K-UAM 콘펙스- 인천의 도심항공교통
사람 얼굴 형상을 한 둥근 달의 오른쪽 눈에 로켓이 박혀 있다. 1902년 개봉한 <달나라 여행>의 포스터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지 67년이 지나 인류는 실제로 달에 발을 디뎠다.
이처럼 영화가 현실이 된 사sj례는 흔하다. 로봇을 비롯해 휴대전화, 태블릿 PC, 인공지능(AI), 생체인식기술에 이르기까지 첨단기술은 항상 스크린에서 먼저 선보이곤 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스크린을 뚫고 현실 세계로 나올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영화나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백령도 주민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인천 도심의 직장으로 출근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날이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아직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사진 박재헌 포토그래퍼
인천 도심과 섬을 오가는 UAM이 백령도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이미지 속 기체 모델은 인천의 ㈜숨비가 개발한 ‘PAV’)
모빌리티 상용화가 오케스트라 산업이라 불리는 까닭은?
사실 자동차가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영화에서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하늘 운항에 최적화된 모빌리티(Mobility, 기체)를 만들어야 한다.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Landing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기체다. 기본적으로 수직 이착륙과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고 소음이 적어야 하기 때문에 첨단기술이 집약되어야 한다. 성능, 비행성, 진동, 강도, 구조, 안전성 등 충족 요건이 지상의 자동차와는 비교가 안 된다. 현재 상당한 수준의 기술적 진전이 이루어져 있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모빌리티가 완성됐다고 끝이 아니다. 모빌리티 정류장인 ‘버티포트Vertiport’를 만들고, 모빌리티가 다닐 하늘길도 뚫어야 한다. ‘회랑(Corridor)’으로 부르는 공중 도로를 내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신호체계는 물론 관제 및 운항 관리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당연히 고속도로 등 지상의 교통 인프라보다 진일보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기술이 다가 아니다. 고속도로가 2차원이라면, 모빌리티가 다니는 도로는 3차원 공간이다. 지상의 도로와 ‘차원’이 다르다. 당연히 3차원 공간의 교통 흐름을 제어하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교통·안전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모빌리티 상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기술적, 법률적 난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술 부문만 하더라도 기계공학, 전기·전자, 통신, 에너지 등 거의 전 산업 분야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비로소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상용화하는 것을 오케스트라 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정확하게 조율된 악기 하나하나가 모여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과 흡사하다. 한 악기라도 음을 이탈하면 교향곡 연주를 망칠 수밖에 없다.
‘2023 K-UAM 콘펙스’ 전시관에서 ㈜증강지능 관계자가 가상공간에서 보잉747 항공기를 정비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23 K-UAM 콘펙스’에서 전시한 미래비행체 모형
우리 시가 바로 그 오케스트라의 악장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지휘자는 정부다. 악장이 단원들의 의견과 음악적 방향에 대해 소통하며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간 가교 역할을 하듯이 인천이 미래 교통 시스템의 참여 주체를 아우르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악장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대표곡이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 분야 콘펙스’다. UAM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저소음·친환경 항공기로, 수직 이착륙장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첨단 교통체계를 말한다. 콘펙스는 콘퍼런스와 전시회의 합성어다.
우리 시는 2021년부터 매년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콘펙스’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외 최대 규모의 UAM 분야 콘펙스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2023 K-UAM 콘펙스’는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거스(Global UAM Regional Summit, GURS)’와 공동 주최로 열렸다. 거스는 글로벌 도시·공항·대학·기관 등이 함께하는 도심항공교통 국제협력체로 우리 시가 주도해 결성됐다. 올해 행사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인천관광공사가 후원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우주산학융합원, 인하대학교, 미국 도심이동연구소(Urban Movement Labs) 등 국내외 도심항공교통 분야 11개 전문 기관이 주관했다.
‘2023 K-UAM 콘펙스’에서 인천시,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현대건설, KT가 ‘인천광역시-5사 컨소시업 도심항공교통 상용화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도시와 인간, 도시와 도시를 연결한다
도심항공교통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공유하고 상호 교류해 미래 혁신 교통수단인 도심항공교통 시대를 앞당긴다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다. 우리 시는 ‘도시와 인간, 도시와 도시를 연결한다’는 콘펙스 주제에 걸맞게 UAM 생태계의 주요 구성원인 기체 개발자, 운영사업자, 기관, 도시 간 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개막식에선 UAM 글로벌 기관 간 세 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인천시,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현대건설, KT 등이 ‘컨소시엄 도심항공교통 상용화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UAM 공항셔틀 노선 개발 업무협약’도 이뤄졌다. 특히 거스에는 미국 어바인시, 영국 클랜필드대학교, 독일 항공우주연구센터(DLR), 덴마크 오덴세시 등 5개 기관이 신규 가입, 회원이 15개 기관으로 늘었다.
6개 세션으로 나눠 36개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도 각국 UAM 관계자와 전문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세계 최초의 UAM 상용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인 것과 맞물려 ‘2024 파리 올림픽 도심항공교통 상용화 프로젝트’ 세션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연구 분야에서도 ‘드론과 로봇을 이용해 수집한 정보를 협업하고, 지능형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과 연계하는 기술’, 증강현실을 이용해 미등록 드론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 등 국내 유명 연구기관과 대학 등이 발표한 신기술이 전문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전시관에도 인파가 북적였다. 40여 개 관련 기업이 꾸린 전시관은 ‘도심항공교통이 구현된 미래 도시와 기술’을 테마로 ‘도심항공교통 생태계관’ 등 4개 관으로 구성됐는데, 미래의 교통 시스템을 미리 체험할 수 있었다.
이 밖에 다자간 도심항공교통 관련 미팅과 업무협약 행사를 연결해 주는 비즈살롱(Biz-Salon)을 비롯해 테크 마켓(Tech Market), 도심항공교통 아카데미, 도심항공교통 전문인력양성사업 성과 교류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신용식 SK텔레콤 부사장이 기조강연을 통해 국내외 글로벌 기업의 도심항공교통 비즈니스 플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 UAM을 넘어 AAM으로
“머지않아 UAM이 주도하는 하늘 교통 시대가 옵니다. 도심의 교통정체 해소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도심항공교통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오늘 K-UAM 콘펙스를 통해 확인한 미래의 모습입니다.
세계적인 공항과 관련 산업, 대학과 연구소 등 기반을 갖춘 인천시가 바로 UAM 시대를 선도할 것입니다.”
- 유정복 인천시장, ‘2023 K-UAM 콘펙스’ 개막식에서
우리 시가 이처럼 3년 연속 콘펙스를 개최하는 등 UAM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UAM은 도심과 광역 그리고 섬 지역의 대중교통체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인천항 그리고 수도권 배후 수요와 다양한 섬이 있는 도시다. UAM 체계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 실증, 상용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시의 미래 교통 청사진은 UAM에 머물지 않는다. UAM보다 확장된 개념의 미래형 교통체계인 AAM(Advanced Air Mobility, 미래항공교통) 체계를 통해 인천 도서 지역 및 육지 간 일일생활권을 확보하고 인천 및 수도권 도심 간 초고속(30분) 연계망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우리 시는 미국의 항공 전문 비영리 연구 기관인 MITRE, 항공우주산학융합원과 함께 국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으로, 올해 안으로 AAM 체계 구축 및 상용화에 이정표가 될 <인천광역시 AAM 운용개념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지방정부가 운용개념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인천이 최초다. 운용개념서에는 백령도 주민이 AAM을 이용해 인천 내륙으로 이동하는 내용의 가상 시나리오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제 미래 교통의 패러다임은 지상에서 하늘로 옮겨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늘을 이용한 교통 시스템은 도시 공간 구조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이미 글로벌 항공기 제작업체와 자동차 제조사 등 각국 정부와 유수의 기업이 UAM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2040년에는 전 세계 UAM 시장이 1,7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도시화율이 2050년 86.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는 교통·환경 문제 등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UAM이 우선 꼽히고 있다. 정부 또한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37개 기관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체인 ‘UAM 팀코리아’를 지난 2020년 6월에 조직,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1월 3일에는 ‘K-UAM 그랜드 챌린지’의 1단계 실증사업으로 전남 고흥의 상공에서 비행 시연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제 내년에는 청라~아라뱃길~계양을 잇는 인천의 하늘에서 2단계 실증사업이 진행된다.(그랜드 챌린지 인천 도심 실증 노선 전용 지도 참조) UAM의 선도 도시 인천에서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 첨부파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