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TGIF’ 시대의 여행자를 위해서라도…
2014-11-04 2014년 11월호
‘TGIF’ 시대의 여행자를 위해서라도…
글 이영태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근간 예정인 ‘서해 5도민의 삶과 문화’를 집필하기 위해 연구소 회원들과 대청도와 연평도를 한 차례씩 다녀왔다. 대청도에서 원나라 순제 사당을 답사할 차례였다. ‘택리지’에 대청도가 원나라 순제의 유배지로 기술돼 있고 그것과 관련된 ‘신황’ 이야기가 구비 전승되고 있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작년에 답사 왔던 회원이 수풀을 헤치며 장소를 찾아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자료집 안에 있는 “내동 뒷산 밑에 원나라 순제를 모신 초가집의 신황당이 있었으며, 백목으로 만든 상위에 나무 촛대가 좌우로 있었고 그 중앙에는 순종황제신위(順宗皇帝神位)라는 위패가 있었다(‘동아일보’, 1928.8.25.).”는 기사를 승합차 안에서 읽으며 아쉬움을 대신했다.
연평도에서는 관광명소와 문화재에 대한 해설이 모호한 경우가 눈에 자주 띄었다. “조선 16대 인조대왕 14년(1636년) 임경업 장군에 의해 연평도에서 조기를 처음 발견한 후 해방 전후부터 1968년 전까지 황금의 조기파시어장을 이루었다.”는 해설이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해당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잠깐만이라도 했더라면 임경업 이전에 조기를 제수용(祭需用)과 어교(魚膠)로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평도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고속정 안에서 답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지금의 여행자들은 이른바 ‘TGIF’의 세례를 받은 자들이다. ‘TGIF’는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의 알파벳 첫 철자를 딴 신조어인데, ‘TGIF’를 능숙하게 운영하는 자들은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는 과거의 관광객이 아니라 여행지를 향하기 전에 많은 정보를 찾고 스스로 일정을 바꾸어가며 여행하는 자들이다. 그들을 여행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TGIF’의 속성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해당 홈페이지에 원나라 순제 유배지 관련 부분은 존재하지 않고, 조기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안내표지판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행자들이 ‘TGIF’에 의해 정보를 습득하고 여행계획을 세우기에 그들을 고려하여 홈페이지를 정비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여기저기서 ‘문화콘텐츠’를 운운하고 있지만, 그것의 기저에는 제대로 된 소스(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자리 잡고 있다. 첫 번째 여행지는 원 소스(One source) 하나를 잃었고, 두 번째 여행지는 원 소스(One source)를 오해하고 있었다. 멀티유즈(Multi use)를 향해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여객터미널에서 빠져 나오면서, ‘구슬이 서 말이래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삼인행 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 ‘논어(論語)’
세 사람이 행함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 착한 자를 택하여 따르고, 착하지 못한 자를 택하여 고쳐 주어야 한다.
자기 이외의 어떤 사람에게도 본받을 만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스승으로 삼아야 할 대상은 사회적 지위, 학력, 경제력 등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개지(改之)가 타인을 고쳐주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결함을 고치는 이기적 진술이라 해도 그것을 스승으로 삼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타인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그와 동행할 수 없다고 예단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편견이 온당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구절로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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