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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턴테이블 위, 추억이 돌고 돌아 흐른다

2014-11-28 2014년 12월호


턴테이블 위

추억이 돌고 돌아 흐른다

음악은 추억을 재생한다. 턴테이블 위를 돌아가는 LP판에는 젊은날, 학창시절의 추억과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친구들과 음악다방에서, 길거리에서, 좋아했던 뮤지션의 노래를 하염없이 들었던 사람들의 지난 이야기가 돌고 도는 판 위에 그대로 얹히어 흘러나온다. LP판의 정겨움은 음악속에 묻어 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한동안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던 LP판이 복고풍과 아날로그에 대한 감성이 높아지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글 이용남 본지편집위원   사진 유창호 자유사진가
 


노이즈 강한 록 음악을 벗 삼아
언제 어느 때라도 들려서
맥주 한잔 하고 싶은 장소




탄트라  
볼륨 높은 록의 진수를 느낀다

신포동 금강제화 앞에서 보면 인천에서 가장 오랫동안 LP를 트는 음악카페 3곳이 블록 하나씩 사이로 위치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집이 ‘탄트라’다. 1979년에 오픈했다. 가게는 35년째 운영 중이고 현재 주인장 김국룡씨는 2대 사장이다. 그는 20년 전 이 가게를 맡았다. 그도 젊은시절 이 가게의 단골이었다. 음악을 들으러 자주 오면서 언젠가는 이곳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서른이 넘어 인수했다.
가게는 조용하고 오래된 구도심을 닮아 있다. 간판과 입구는 유럽이나 미국의 ‘퍼블릭 펍’의  분위기를 풍긴다.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LP판은 이 가게의 연조를 말해주는 듯하다. 오래돼 보이는 LP판이 4천500장이나 있다.
데시벨 높은 록 음악을 흥겹게 들을 수 있어 음악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 음악을 듣다 흥에 겨우면 음악에 몸을 맡겨도 좋다. 어둑한 조명, 노이즈 강한 록 음악을 벗 삼아 언제 어느 때라도 들러 맥주 한잔하고 싶은 장소다. 단골들은 7,80년대 올드 팝을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중장년층이나 록 음악을 좋아하거나 심취해 있는 젊은이들이다.
탄트라는 진정한 음악카페를 표방한다. 가슴을 때리는 비트강한 음악을 듣고 느끼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면된다. 오래된 판에서 들려오는 ‘칙칙’거리는 소리조차 정겹다. LP가 도시의 차가움을 가셔준다.
사장 김국룡씨는 학생시절부터 이글즈, 스모키, 딥퍼플 등의 록 그룹을 좋아해 그들의 음악을 꿰고 살았다. 그는 외국팝 가수들의 백판을 사서 모았던 ‘빽판키즈’였고 20대 때는 음악다방 DJ로도 활동했다. 그는 음악카페를 운영하는 일이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운영시간 오후 6시~새벽 2시까지  전화 762-8786



재즈는 결코
마니아들만 듣는
음악이 아니다




버텀라인
재즈 선율에 빠지다

100년이 넘은 일본식 건물에서 재즈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일본식 가옥답게 천정이 높고 천정을 받치고 있는 나무뼈대들이 건물의 세월을 짐작케 한다. 버텀라인은 뉴욕의 유명한 음악클럽에서 이름을 따왔다. 뉴욕의 버텀라인은 작은 재즈클럽이지만 쟁쟁한 뮤지션들이 서던 무대였다. 인천에도 재즈를 연주하고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첫 주인장의 마음이 이름에 배어있다. 가게는 1983년 오픈했다. 당시만 해도 인천에서 음악이나 문학을 하는 멋쟁이들이 단골이었다.
허정선 대표는 “사람들이 재즈를 꽤 어려워하는 데 우리가 생활 속에서 듣는 음악들의 상당수가 재즈.”라며, “결코 재즈는 마니아들만 듣는 음악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재즈가 좋아 이곳을 드나들던 손님에서 94년 이곳을 인수해 주인이 됐다.
어스름한 저녁 은은한 조명 속에 재즈의 선율이 흐르면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차지하고 음악을 감상한다. LP판에서 나오는 따뜻하고 정겹고, 울림 좋은 재즈음악은 거칠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3천여 장의 LP 재즈판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몇 년 만에 혹은 몇 달 만에 오는 단골들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이 반갑고 소중하다. 소싯적 친구들과 들었던 재즈를 중년이 되어 다시 들으면서 ‘아 그래 이거야’, ‘음악이 어떻게 변해?’하며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낡은 LP들, 나무기둥, 색이 바랜 바닥들도 감성을 더 풍부하게 한다.   
버텀라인은 금요일 저녁 9시가 되면 라이브 공연을 한다. 그간 김광민, 웅산, 윈터플레이 등 국내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얼마 전에는 일본재즈의 거장 쿠미나다찌의 공연도 있었다. 라이브 공연때엔 입장료를 따로 받는다. 라이브 무대는 인천에 공연문화를 꽃피우기 위한 버텀라인의 열정의 결과다. 인천의 문화지킴이로 혁혁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운영시간 오후 6시~새벽 2시, 일요일 휴무  전화 766-8211



LP는 마른 융으로 잘 닦고
LP판은 매일 붓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바늘도 손질한다




흐르는 물
LP의 향수가 흐른다

‘흐르는 물’은 신포동에 자리잡은 LP판을 트는 가게로는 세 번째로 오래됐다. 1989년 문을 열었다. 이 건물도 100년이 넘는 일본 적산가옥이다. 나무계단을 오르다 보면 삐걱삐걱하는 소리조차 정겹다. 인천에서 교편을 잡았던 시인 조병화와 부인이 이집에 살았던 적이 있다. 시인은 지금 흐르는 물이 있는 2층에서 시를 썼고 그의 부인은 1층에서 산부인과를 열었다.
흐르는 물에선 5천여 장의 LP판에서 블루스, 가요, 포크송, 국악,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곳은 LP음악카페 뿐만 아니라 소공연장과 문화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신중현이 보컬로 활동했던 ‘애드포’의 드러머 김대환이 공연을 했고, 신촌블루스 정서용, 포크가수 정형근, 인천 통기타 그룹 ‘모두그린노래’ 등이 이곳 무대에서 시민들과 어우러졌다.
손님들은 옛 음악을 들으러 오는 중장년층이 많다. 20, 30년 전 그들의 추억을 담고 있는 음악과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25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안원섭씨는 LP를 닦는 일을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는다. LP는 마른 융으로 잘 닦고 LP판은 매일 붓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바늘을 손질한다. 그래서 ‘흐르는 물’에서 듣는 LP의 음질은 특유의 깊고 매력적인 소리를 자랑한다. 
손님들의 신청곡은 모두 LP판으로 소화한다. LP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힘, 어머니의 느낌이 사람들을 이곳으로 모여들게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주인장 안원섭씨는 시인이자 음악 마니아다. 그는 문학적 소양과 음악에 대한 감성으로 가게를 문화향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그는 등굽은 소나무가 고향을 지키듯이 흐르는 물이 신포동에 오래도록 남아 인천의 문화를 지키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다.
운영시간 오후 6시~새벽 2시, 일요일 휴무  전화 762-0076


 
비틀즈, 아바, 마이클잭슨,
이글즈의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잭슨빌(Jackson ville)
올드팝이 가슴을 적신다

LP가 주는 울림이 크고 따뜻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잭슨빌로 가보자. 신포동 주민자치센터 앞에 위치한 이곳은 귀에 익은 옛 팝송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주인 김성희씨도 어릴적부터 용돈을 모아 자신이 좋아하는 팝가수들의 ‘빽판’을 사서 모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던 마니아였다.
가게는 크진 않지만 LP로 장르 구분없이 음악을 틀어주어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단골들은 자신들이 젊은날 들었던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맥주 한잔하러 온다. 비틀즈, 아바, 마이클잭슨, 이글즈의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LP판 2천500장이 이 집의 보물이다.  
잭슨빌은 1994년 신포시장에서 시작했다. 18년간 그쪽에서 장사를 하다 신포동 주민자치센터쪽으로 옮긴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손님들은 음악을 들으면 20, 30년 전 학생시절로 돌아간 듯한 감성에 젖기도 하고 ‘이 노래를 몇 년 만에 듣는 거지’하고 세월의 빠름을 자조하기도 한다.
가게 벽에는 70년대 인기를 누렸던 영국의 헤비메탈 그룹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자켓 앨범 ‘Heaven and Hell’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끝없는 자유를 추구했던 블랙 사바스의 정신을 보여준 앨범으로 가게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다.
신포동에 있는 음악카페들이 그렇듯 잭슨빌도 단골들이 없으면 가게를 유지할 수가 없다. 옛 추억을 찾아 신포동을 다시 찾듯 잭슨빌도 언제나 추억의 장소로 남아있길 바란다.
운영시간 오후 5, 6시~새벽 2시, 일요일 휴무  전화 010-8335-2839

 

아날로그적 기기와
진공관 앰프, 스피커들에서
나오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음악…



싸리재
LP 음악이 고택과 어우러지다

오랜 고택이 LP를 틀어 주는 커피숍으로 변신했다. 경동 인천기독병원 앞에 위치한 카페 ‘싸리재’는 원래 경기의료기라는 가게였다. 주인 박차영(64)씨는 오랫동안 의료기점을 운영하다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얼마 전 겸업을 시작했다. 주인장은 고택의 정겹고 고즈넉한 이미지를 살리고, 커피마니아인 자신의 취미를 더해 카페를 열었다. 이 건물은 일제때인 1930년에 건축되었다. 카페 2층 천장에는 당시 상량식때 써놓은 글씨가 그대로 남아있다.
카페는 사람을 치유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아날로그 음악이 가득하다. 많은 LP를 보유하고 아날로그 기기와 진공관 앰프, 스피커들을 설치하여 그야말로 느낌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꾸며 놓았다. 
LP판들은 카페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 비틀즈, 모차르트, 퀸, 베토벤 등 유명 뮤지션부터 클래식까지 희귀판이나 소장용 LP판도 볼 수 있다. 이곳은 LP판 뿐만 아니라 초판 발행된 문학지, 고서 등도 함께 전시하고 있어 문화와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좋아 사색하고 독서하러 일부러 들르는 손님들도 많다. 주인 박차영씨도 LP를 좋아하고 디지털보다는 더딘 아날로그 문화를 사랑한다. 그도 젊은시절 음악이 좋아 클래식음반을 할부로 구입하고 턴테이블과 앰프를 세트로 구매해 LP판으로 음악을 들었던 마니아다.
아날로그가 주는 따뜻하고 은은한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싸리재에 한번 들러보자. 고택이 주는 편안함과 아득함, 옛 음악이 주는 따뜻함, 다독임을 느낄 수 있다.
운영시간 오전 10시~저녁 10시  전화 772-0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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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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