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청소년과 함께하는, 인천근대문화재 둘레길
청소년과 함께하는,
인천근대문화재 둘레길
글 이명운 사단법인 해반문화 운영위원장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은 학교는 물론 그 어디에서도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억지춘향으로 학교에는 나가고 있지만 생각은 다른 곳을 헤매고 있다.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그 어디에도 마땅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내 고향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주변 근대문화재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조심스럽게 권유한다.
수능을 전후해서 젊은 날의 고민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난다. 그들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인천을 사랑하고 자기 고장을 사랑하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인천을 제대로 알리는 방법 중, 청소년들에게 인천을 소개하고 인천의 장점과 인천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알려만 주어도, 청소년들은 고향 인천을 위한 준비된 자원이 될 것이다. 내가 숨 쉬고 서있는 이 땅이 대한민국의 중심이었다는 역사적 의미와 친구들이 왔을 때 ‘내 고향은 이런 도시’라고 말할 수 있는 자긍심을 심어 주고 싶다. 그로인해 소개되지 못한 명소를 찾아 기록하고 알리는 작업을 청소년들이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이런 고민 끝에 만든 것이 사단법인 해반문화의 ‘인천근대문화재길 손수건지도’다. 인천 중구의 근대문화재를 3개의 테마(경제길, 학교길, 종교길)로 구분하고 회원들이 거닐면서 걸음수로 동선을 측정한 것으로, 최정숙 작가님이 재능기부로 만들었다. 우리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해반문화라는 울타리 안에서 즐겁게 실현하며 인천을 알리고 있다. 인천을 알리기 위해 1994년 인천의 문화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모여서 해반 문화학교, 골목길 지킴이 양성교육 등 인천의 자질구레한 일들서부터 청소년 문화지킴이단 활동까지 묵묵히 인천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청소년 문제가 불거질 때면 그냥 관여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으면 편해진다. 청소년들과 함께 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안전문제, 교육과 현장의 연계, 학부모의 걱정, 학교관리자의 쓸데없는 걱정까지 겹쳐서 진로지도는 움츠러들었다.
자녀를 사랑한다면, 부모와 함께 하는 봉사로 인천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학생들의 진로지도는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학교와 봉사자가 마음을 함께 해야 한다. 나아가 부모님이 다니던 맛집 혹은 부모님의 데이트 장소가 아직 남아있다면, 가족이 함께 이들 장소에 방문하여 그 역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멋진 광경을 꿈꾸어 본다. 우리의 힘은 가정과 함께할 때 제대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을 자퇴하고,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빈 병을 주워 끼니를 때우며 애플사를 창업한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 위해 7마일이나 걸어서 예배에 참석했고, 이때 배운 타이포그래피는 그의 인생에 큰 거름이 된다. 애플을 창업하고,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고…. 그래도 마음을 잡고. ‘Stay hungry! stay foolish(아직 배고프다, 그래도 우직하게 나아가리라!)’를 외쳤다.
이는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의 연설문에 나오는 구절로, 시민운동도 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채우지 못한 인천사랑을 청소년이 이어주길 바란다면 ‘우직하게 바보처럼’ 나아가야 한다. 꿈에는 갈증이 없다. 하루도 손해 보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계산을 한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행동하는 삶은, 언젠가는 우리를 풍족하게 만들고 영원히 배고프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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