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그 길의 교훈, ‘감사하라’
그 길의 교훈, ‘감사하라’
글 송진구 명품전략연구원 원장,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연합뉴스 TV ‘뉴스 Y’의 5부작 다큐멘터리 ‘명사와 함께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프로그램에 명사로 초청되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국경이 끝나고 스페인국경이 시작되는 지점인 론세스바예스에서부터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던 스페인 땅끝, 야고보의 유해가 묻혀있는 산티아고 성당까지 이어지는 800㎞의 길입니다.
1천년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길의 풍경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나이가 얼마나 됐는지 알 수 없는 아름드리 나무가 빽빽한 숲, 코발트 빛 하늘, 아이들이 손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그림 같은 뭉게구름,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일출과 일몰,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밀밭, 아무리 다가가도 더 멀어지는 지평선을 쫓아 하루에 25~35㎞씩, 6~9시간을 산티아고를 향해 끝없이 걷는 길입니다. 또한 물집이 터지고 염증에 시달리며 발톱이 빠지는 고통의 길이기도 합니다.
이 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구는 얻으려고, 누구는 버리려고, 누구는 찾으려고, 누구는 잊으려고 이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걷게 됩니다.
마지막 목적지 산티아고 성당에 도착하면 순례자들은 광장에서 서로 부둥켜안거나, 광장 바닥에 누워서, 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면서 뜨거운 울음을 터트립니다. 자신이 순례길을 완주해냈다는 것을 느끼는 감동의 순간입니다.
저는 순례길을 걸으면서 수만 가지 생각이 많았지만 가장 크게 마음에 와 닿았던 생각은 ‘감사하라’였습니다. 생각해보면 감사하지 않을 일이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부자는 아니지만 건강함에 감사하고, 남들이 알아주는 신의 직장은 아니지만 출근할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고, 가족간에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랑이 있음에 감사하고,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래도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순례길에서 감사함을 배웠기에 그 또한 감사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수도원을 지나게 됩니다. 그 수도원을 보면서 생각나는 말이 있었습니다. 절대 묵언을 지켜야만 하는 중세 수도원에서 수도승들에게 허용된 단 하나의 말, 바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고 합니다. 메멘토 모리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는 라틴어입니다.
사람은 한번은 죽습니다.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살지만 내일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순간일 수 있습니다. 감사하면서 이 순간을 맞이하고 즐기면서 살 것을 권합니다.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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