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머언 기적 소리
2001-05-17 1999년 8월호
머언 기적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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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선 내려가는 막차
「얘야 나가 보자
이차로 올게다」
어머니 손 잡고 촌 길을 나선다
B-29 무섭다고 등불들을 가려
신작로도 이미 칡흙같은 동짓달 밤
「덕순아- 덕순아-」
「얘야 너도 불러 봐라」
「누나야- 누나야-」
대답은 없고 찬 바람에 귀만 시리다
「길이 어긋났나 보다
어서 돌아가자」
종종 걸음에 떨리는 목소리
코를 푸신다 자꾸 푸신다
그 뒷날 늘 코 푸시면서
「기차 통학 시켜서 그래서
우리 고명딸 폣병들어 죽었지
그애 나이 갓 열여덟에
해방 만세도 못 불러보고」
헤아려 보면
이제 반백년도 넘었는데
지금은 나 홀로 코를 푼다
이역만리에서
머언 기적 소리에
졸시 '머언 기적소리'를 보내드립니다. 시민솜씨란에 게재되기를 희망합니다. 인천서 나서, 부평서 자라다, 지금은 미국에서 개업하고 있는 늙은 의사입니다. 건강들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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