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아암도의 추억
77년 1월이었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인천 앞 바다가 꽁꽁 얼었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인천으로 여행을 가자는 것이었다.
중학교 교지 편집이 끝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떠나기로 한 여행지를 인천으로 정한 사람은 선생님이셨다. 우리들 머리로는 어린이대공원 정도밖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설레는 마음을 안고 처음으로 인천행 전철을 탔다. 인천 땅을 밟아보기는 태어나서 그날이 처음이었다.
동인천역에서 내린 우리는 바로 송도유원지로 갔다. 그 곳에서 본 바다는 살아 움직이는 물이 아니라 정지된 고체였다.
얼어서 꼼짝도 하지 않는 벌판이었다. 얼어있는 벌판을 걸어서 소나무가 울창한 섬으로 갔다. 묘한 기분이었다. 바다를 걸어서 섬으로 가다니. 난생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라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신비스러움이 느껴졌다. 무사히 다 건너가니 그저 섬 하나였지만 바다 한가운데에 내가 떠 있는 기분이었다. 사진기를 꺼내자 군인 아저씨가 촬영 금지 구역이라며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일러주셨다.
다시 돌아오는 길은 가깝게 느껴졌지만 눈 위를 걸어온 우리들의 발은 거의 얼어있었다. 송도유원지의 호수도 꽁꽁 얼어서 그 위에서 미끄럼도 타고 신나게 호수 위를 걸어다녔다.
호수 한가운데 서 있던 여인상 옆에 선생님을 세워놓고 장난스럽게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의 흑백 사진을 보면 아무도 없던 송도 유원지에서 신나게 노래 부르며 하루를 즐겁게 보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짱, 똘, 밭, 령. 이렇게 넷이서 선생님과 함께 보낸 그날 하루는 우리들만의 시간이었다.
그로부터 꼭 10년 후, 결혼하고 인천 부평에 와서 살면서 아암도를 모르고 지냈다. 94년도에 연수동으로 오고 나서야 비로소 그때 그 섬이 아암도라는 사실을 알았고, 옛날 바다로 났던 길은 사라졌으며 이제 다시 아암도 해안공원으로 단장되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되기까지의 아암도 역사를 알게 된 것이다.
그때 같이 가셨던 선생님은 지금 인천교대에 교수로 계시며 나 또한 연수동에 살고 있으니 인연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가슴에 와 닿는 듯 하다.
인천에서 산지 벌써 13년, 앞으로도 누구보다 인천에 대한 정을 애틋하게 간직하고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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