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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여자친구가 되어줄 사랑의 봉사자 구합니다.
시민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같이 마음이 답답한 사람들, 특히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은 방송과 신문도 중요하지만 시와 구의 소식이 더 필요합니다.
시정소식지 4월호에 실린 여성취미생활 안내를 보고 저도 기술을 배워서 뭔가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 아들은 27세때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후 오른쪽 팔과 다리를 못씁니다. 그래서 왼손으로 밥을 먹고 휠체어가 있어야 움직입니다.
이발소에 가더라도 휠체어를 타고 가야합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미용실에 가면 손님들도 찡그리고 주인도 반갑지 않은 눈치가 영력합니다. 설령 주인이 잘 해주더라도 제가 오히려 미안해서 안가게 됩니다. 생각끝에 제 아들은 물론 다른 장애인들도 이발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미용을 배웠습니다. 장애인들을 접해보니 모두 정이 많고 순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요즘처럼 따뜻한 봄날이 되면 더욱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나혼자만 보면 뭐하나, 아들도 밖에 나와서 같이 돌아다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무엇보다 완전히 기억을 되찾는다면 더 바랄것이 없습니다. 아들은 자기가 대학교 3학년때의 일까지만 뚜렷하게 기억합니다. 그후의 일은 까맣게 모릅니다. 요새일도 어린애처럼 물어봅니다.
하지만 아직 아들은 지적인 면에서 저보다 낫습니다. 지금도 이글을 쓰려고 "얘, 논문과 수필중에 무슨 글을 써볼까"하고 다가가 않으니까 다정하게 "엄마, 무슨글을 쓰시게요" 합니다. 그래서 "응, 나는 마음이 답답할 때는 글씨를 써서 종이에게 말을 하면 누구랑 대화하는 것 같다"했더니 "그럼 수필을 쓰세요" 합디다. 이 정도로 좋아졌으니 고맙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도 못보고 신문도 못보고 누가 말을 안하면 혼자 텔레비젼만 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런 아들을 바라 보고 사는 나날이 너무나 괴롭습니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이런 나이에 여자친구와 말을 주고받고, 대학교 시절과 신세대에 대한 말을 주고 받다 보면 정신이 완전히 좋아져서 기억을 되찾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단 한달만이라도 친구가 되어줄 사람이 있다면 젊은 청년한명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억을 완전히 찾게되면 육체도, 시력도 더 좋아진다고 하는군요.
내 아들의 여자친구가 되어줄 사람, 혹시 없을까요. 97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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