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뚝지'가 펑펑 울어버린 이유
2002-09-03 2002년 9월호
느긋하고 인정 많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충청도 사나이인 제 남편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쌀집아저씨처럼 푸근하고 ‘배둘레햄’인 오십대 중반의 아저씨랍니다. 그 평범한 사람이 며칠 전 저를 펑펑 울렸답니다. 애교 없고 무뚝뚝해서 별명조차 ‘뚝지’인 저를 너무나 감동시켜 주었답니다.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늘 서서 돌아다녀서 저녁이면 다리랑 발이 너무 많이 아프거든요. 잠자기 전에도 꼭 잊지 않고 제 다리와 발을 맛사지 해주어서 편하게 잠들 곤 했는데…거금을 주고 발전용 안마기를 사왔더군요. 사실 짠순이인 제가 이핑계 저핑계 대면서 용돈을 자꾸만 깎아서 남편 주머니는 항상 가난했거든요.
‘어디서 돈이 생길 데도 없고, 몇 십만 원이나 하는걸 어떻게 사왔냐’고 자꾸 추궁했더니 일년 가까이나 그 작은 용돈에서 쪼개어 저금을 했대요. 몇 천 원이라도 꼬박꼬박 은행에 갖다 넣어서 결국엔 마음에 드는 안마기를 사온거예요. 다리와 발 아픈 아내를 위해 돈을 모았다는 그 정성에 감격하고 또 감격해서 울고 또 울었답니다. 가난한 집 다섯 남매가 있는 집의 맏며느리로 시집온 날부터 경제적으로 늘 쪼들리면서 살았지만 불행하다고 후회해본 날이 별로 없는 건 항상 표현하지 않는 은근한 사랑으로 늘 자리를 지켜주는 내 남편이 있기 때문이었지요. 제 남편, 정말 멋있고 든든하고 영원히 사랑할 만 하지요.
박숙희 (부평구 부평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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