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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새벽산책

2002-09-03 2002년 9월호

내가 사는 계산신도시 아파트 단지는 단지내 조경도 수려하거니와 외곽순환고속도로변으로 계산천이 흐르고 개울 양편에는 왕복 4km나 되는 둑길이 있어 아침운동하기에 좋다. 멀리 김포공항까지 벼농사가 풍성하며 푸름이 하늘과 맞닿아 있고 둑 둔덕에는 호박이야, 토마토야, 고추야, 콩이야, 저마다 잘 자라 익어가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노라면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는 끝이 안보이도록 출렁이고 채송화, 백일홍, 금잔화, 과꽃, 분꽃, 사루비아, 팬지가 반긴다.
아가씨들 손톱을 붉게 물들여 첫 눈오기 전 님 만나라고 봉숭아 밭도 색깔마다 겹겹이 꽃동산이다. 그중 검도록 진한 보랏빛 팬지꽃은 그 우아함이 당당한 귀부인 같다. 높직한 초가 원두막도 시원한 쉼터이고 크고 작은 항아리에서 떡시루까지 놓여진 널찍한 장독대는 큰 대문 집 넉넉한 마님 같아서 누구든 발을 멈추게 한다. 주렁주렁 조롱박이 열린 넝쿨 아치에는 ‘도심 속의 꽃동산’이라 쓰여진 목각 문패가 걸려있어 함부로 손상시킬 일이 없으니 계절이 바뀌어도 꽃 잔치는 계속 될 것이다.
얼마를 걸었는지 해가 불끈 솟더니 등줄기로 굵은 땀이 고인다. 따갑던 햇살도 잠깐이고 멀리 먹구름이 몰려든다. 아니나 다를까.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이 잠시 시원하게 땀을 식히더니 하늘을 조각조각 부수는 천둥소리는 억수 같은 빗줄기를 신들린 듯 퍼붓는다. 삽시간에 개울물이 불어 콸콸 회오리친다. 비가 그치고 나면 떨어진 봉숭아꽃 주어다가 백반 넣고 곱게 찧어 손녀 초대해서 손톱에 물이나 들여볼까 보다.
        
박경자 (계양구 병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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