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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아름다운 사람

2003-01-13 2003년 1월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렇게 사람을 보며 살고 싶습니다. 그녀를 알고 지낸지 벌써 스물 다섯 해가 됐군요. 갓 시집온 새색시시절 그녀도 바로 이웃집에 나보다 일년 먼저 시집온 새댁이었는데….
물은 판자촌의 공동우물에서 긴 지게 양쪽에 초롱을 매달고 등짐으로 져다 먹어야 했고 공동 화장실에 가려면 한 오 분은 힘껏 달려야 겨우 볼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 판자촌 동네에서 동병상련, 같은 처지를 서로 위로하고 받으며 그렇게 만났는데…. 세월은 활같이 빨라 이제는 뱃살 넉넉한 중년의 아줌마가 됐어요.
내가 살아온 인생여정도 역사책처럼 쓸 말이 많지만 그녀의 삶은 늘 평탄하지 못했지요. 고생고생하며 삼남매 낳고 겨우 형편이 필만 할 때 공사판에서 남편이 큰 사고를 당했고, 병간호를 지극 정성으로 했는데도 결국 삼년 넘게 투병하다 하늘 나라로 떠나 젊은 나이에 과부라는 꼬리표와 어린애들만 떠맡겨 졌어요. 그때 그 불쌍했던 마음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애들 셋하고 어찌 살아갈까? 좋은 사람 있으면 곧 시집가겠지… 일반적인 우리 모두의 생각을 뒤엎고 그녀는 십 삼 년 째 온갖 일들을 해내며 오직 세 자녀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느라 한 눈 한번 안 팔고 살아갑니다. 얼마나 노력을 했으면 남편이 떠날 때 빚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여엿한 집도 있구요, 비록 월세지만 작고 허름한 국밥집 여사장님이예요.
그동안 자녀들도 얼추 다 커서 큰아들은 대한민국 현역이고요 둘째는 수능을 치르고 곧 대학생이 될거고요, 막내 역시 고2, 똘똘하고 야무지답니다. 남편 복 없으면 자식 복 역시 없다더라며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새인생 시작하기를 바랬지만 그녀는 오로지 자식들만 바라보며 힘들고 어렵고 긴 굽이굽이 인생길을 살아가네요.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 해봅니다. 부디 건강하기를 빕니다. 그녀의 유일한 소원대로 아끼고 사랑하는 자식들 모두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재목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박숙희 (연수구 연수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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