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건강과녁 향해 활시위 당긴다
‘쉬익-’ 남구 숭의동 수봉산 중턱에 다다르면 시위를 떠난 살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활터 무덕정에 동이 트기 시작하면 사대(射臺·활을 쏠 때 서는 자리)에는 궁대(弓袋·살을 차는 띠)를 찬 사원(射員·활쏘기를 즐기는 회원)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활을 든 사람들은 여럿이지만 사대에는 정적만이 감돈다. 습사무언(習射無言) - 활을 쏠 때는 말하지 않는다는 계율에 따라 활시위를 당기고 과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길만 오갈 뿐이다.
이내 활이 시위를 떠나고 찬 공기를 가르며 산기슭에 마련된 과녁을 향해 날아간다. ‘탁-’ 화살이 145m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과녁을 맞추자 “관중(貫中·과녁을 명중)이요∼”라는 소리와 함께 과녁 앞에서 깃발이 올라간다. 1순(一巡·화살 5발로 구성)을 다 쏘고 사대를 벗어나서야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자세를 바르게 하기 위해 아랫배에 힘을 주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절로 단전호흡이 되면서 혈액순환이 잘되고 내장기능도 튼튼해진다” 며 임배영 옹은 국궁 예찬론을 편다. 임 옹은 1954년 마닐라 아시안게임 레슬링 동메달리스트인데 이제는 노년기의 건강을 국궁으로 다지고 있다. 임 옹뿐만 아니라 무덕정의 노인들은 국궁 덕분에 병치레 없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활력있는 일상 생활을 즐기고 있다.
국궁은 우리나라 전통적인 무예이자 고유 레포츠라고 할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활 쏘는 게 무슨 운동이 될까’라고 말하지만 국궁은 전신운동이다. 양궁과 달리 가늠자나 계측기도 없이 조준해 145m 떨어진 가로 2m, 세로 2m66의 과녁을 맞춘다는 게 뛰어난 감각과 훈련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회원들은 하루에 보통 열 순, 즉 50발을 쏴야 활을 놓는다. 점수를 일일이 습사일지에 기록하지만 모두들 점수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승부는 뒷전이고 운동과 정신수양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수봉산에 자리 잡은 무덕정은 그 역사를 볼 때는 민속 문화재급이다. 1865년 문학면에서 처음 설립됐으니 한 세기에다 4반세기가 보태진 장구한 세월을 연연히 이어온 사정이다. 역사로 보면 현존하는 전국의 사정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든다. 무덕정은 도원동에 이어 1978년에 현재의 자리에 2천200여평의 규모로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사정의 최고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두(射頭)가 현재 이준완(76) 옹에 이르기까지 20대째이다.
역사만큼이나 무덕정에는 명궁들이 많다. 63년 동안 활시위를 당겼다는 하상덕(87세·10대 사두) 옹은 더 이상 오를 단수가 없는 9단 자격을 지니고 있다. 아직도 젊은이 못지 않은 힘을 지니고 있어 활시위가 팽팽하다.
무덕정은 한국 국궁 역사의 깨지지 않는 신화를 하나 지니고 있다. 1987년 9월 28일부터 31일까지 대전 대덕정에서 열린 대한궁도협회장기 대회에서 하 옹을 비롯한 무덕정 명궁 5명이 5발씩을 모두 명중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25발이 모두 과녁을 맞춘 것이다. 이 기록은 앞으로도 깨기 어려운 ‘신기(神技)’라고 한다.
그렇다고 무덕정에는 ‘프로’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60명의 회원이 있는데 이제 막 가입한 신입회원부터 겨우 몇 번 활시위를 당겨보는 초보자도 있다. 여무사(여궁사)도 8명이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곧바로 사대에 들어서는 게 아니라 보름에서 한달 가량 교장으로부터 활당기기, 호흡법, 예법 등 기초교육을 받는다.
인천에는 지역별로 모두 9개의 국궁 활터가 있다. 활이나 화살 등 실습장비를 대여해주므로 장비를 구입하기 전에 먼저 몇 일간 교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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